(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돌고 돌아 다시 성남시청 빙상팀을 노크하고 있다.
빅토르 안은 최근 성남시청 코치직에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본 상태다. 시청 측은 면접을 본 7명의 후보자들 중 한 명을 채용하겠다고 예고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대표팀을 지도했던 김선태 전 감독도 면접을 치렀다.
빅토르 안 입장에서 성남시청은 애증의 팀으로 꼽힐 만하다. 현역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입단한 팀이 성남시청이었는데 해체되면서 러시아 귀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17살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고 희망을 안긴 그는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사 최초로 올림픽 3관왕이 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게다가 동메달 하나를 추가하면서 단일 대회 올림픽 메달 4개를 따낸 최초의 선수도 됐다.
이런 그를 두고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했고, 결국 그는 2017년 말 계약기간 4년에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그러나 빅토르 안은 이후 부침을 거듭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에서 탈락하더니 2011년 성남시청 빙상팀이 해체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국내 다른 곳으로도 가기가 여의치 않으면서 빅토르 안은 러시아의 한 팀에 가서 운동하기로 마음 먹고 한국을 떠났다. 러시아로 갈 때만 해도 그가 과연 귀화까지 하겠느냐는 분석이 적지 않았으나 빅토르 안은 러시아 유니폼을 입은 뒤 소치 올림픽에 등장했고, 금메달 3개와 동메달 하나를 따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반면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소치 올림픽에서 단 하나의 동메달도 따내지 못하면서 쑥대밭이 됐다.
이후 빅토르 안은 한국에서 열린 2018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도핑 스캔들 뒤 작성한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러시아 선수 명단에 제외돼 3번째 올림픽 출전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현역 생활은 계속할 수 있어 2019/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자신의 건재를 알리고 빙판을 떠났다.
지도자로 변신한 빅토르 안이 처음 선수들을 가르친 곳은 중국이었다.
지난해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선 코치로 중국 오성홍기를 달고 코치로 일해 화제가 된 것이다. 중국이 남자 1000m와 2000m 혼성계주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따내면서 빅토르 안은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리고 1년간의 휴식 뒤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서, 그 것도 애증의 팀 성남시청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가고자 한다.
15년 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올림픽 두 번째 성공을 꿈꾸며 땀 흘렸던 곳에서 이제 올림픽 금메달 3개를 딴 최민정과 '포스트 최민정'으로 불리는 김길리 등을 다시 가르칠 기회를 찾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