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가수 '일본 반응' 조작 가능성 제기…신중한 보도 요구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최근 국내 온라인 게시판에는 지난 8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의 일본인 반응을 번역한 듯한 글이 올라왔고, 이는 국내 언론 매체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기사화되었다.

그러나 일본 외신 및 네티즌 반응 등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는 보강 기사를 작성고자 해당 글의 원문을 찾았으나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문제가 된 '나는 가수다' 일본 네티즌 반응은 일본의 거대 커뮤니티인 '2ch.net'의 형식을 따르고 있었으며, 내용은 방송과 동시에 네티즌들의 의견이 올라오는 '실황 게시판'에 해당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큰 반응은 일본 지상파 인기 프로나, 인기 스포츠 방송 등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해당 커뮤니티는 지난 글 보기에 대해 유료 정책을 세우고 있고 지나간 글에 대해 검색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검색해 봤으나, MBC 프로그램에 대한 최근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우리 결혼했어요" "음악 중심" 정도뿐이었다.

또한 작성자의 아이디가 일부 2ch 게시판의 아이디와 일치했다. 이는 조작이 아닐 가능성, 또는 확실한 조작일 가능성 두 가지를 제시한다. '나는 가수다' 번역 글 중 한 작성자 아이디는 최근 김연아가 출전한 피겨 세계선수권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아이디와 일치했으며, 독자의 제보에 따르면 박지성 관련 게시판의 사례와도 일치한다. 해당 아이디로 한국 연예 등에 관해 글을 작성한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만약 해당 반응이 조작일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국내 유력 일간지의 일본어 판에 의해 일본에 보도됐고, 포털 뉴스로도 게재됐다. 그러나 기사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어디에서 대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인가" "어디에서 방송하고 있나"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케이블 TV에 해당하는 일본 스카이 퍼펙트의 한류 전문 채널 'KNTV'에서 이 프로그램을 5월 6일부터 방송을 시작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일본인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방송을 미리 접하고 자신의 블로그 등에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Mnet '엠카운트다운', KBS '뮤직뱅크' 등은 일본 위성TV에서도 정규 편성되어 방송되는 등 최근 일본의 한국 가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상세한 반응이 일본 게시판에 올라오기에는 여러모로 상황이 맞지 않는다.

일본 외신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는 예전에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기사로 작성했다가, 뒤이어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기사를 작성한 분과 통화를 해보았더니, 뜻밖에 일본 인터넷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기억이 안 난다며 출처가 어딘지도 몰랐다. 결국, 출처를 수정해 주었으나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일었던 한류붐이, 카라, 소녀시대 등의 젊은 가수들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신중한 보도 자세가 요구된다.

[사진 = 나는 가수다 ⓒ MBC]

백종모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