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이 2주 만에 방송을 재개, 재차 사과했다. 모든 시청자가 수긍하고 공감하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지향점을 지켜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9일 방송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아동 성추행 논란을 사과했다. 지난 논란 때 사과문을 공개한 것에 이어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지난 12월 19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고스톱 부부' 편에서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송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 후 전문가 분석을 통해 관계 회복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당시 상황에서 우려될 만한 모든 지점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제작진은 모든 시청자가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7살 딸을 양육하는 재혼 가정인 '고스톱 부부' 편이 문제가 됐다.
의붓 아빠는 딸을 간지럽히고 껴안았고 딸의 놔달라는 외침을 들어주지 않았다. 딸의 엉덩이를 찌르며 '주사 놓기' 놀이도 했다. 딸이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싫다고 해도 정말 싫은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속마음을 밝혔다.
오은영 박사는 물론 이에 대해 문제점을 짚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의붓 아빠 역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성추행'인 것을 알리는 문제 제기가 없었고 피상적인 조언에 그쳐 아동 성추행을 방관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성추행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 것도 문제였다.
이후 방송 폐지 청원이 줄을 이었다. 며칠 뒤 제작진은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다"라며 사과와 해명을 전했다.
오은영 박사도 장문의 입장을 통해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해당 방송분에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폐지의 기로에서 프로그램 내부 정비를 택하고 돌아온 '결혼지옥'의 시청률은 하락했다.
1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한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은 전국 시청률 3.9%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분(4.6%)보다 0.7%P 하락한 수치다.
다만 비슷한 시간에 방송한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은 2.7%, KBS 2TV '개는 훌륭하다' 2.7%보다 높다. TV조선 '조선의 사랑꾼' 3.772%, 2.503%(이하 유료방송가구), JTBC '최강야구'는 3.103%보다도 우위를 점했다.
이날 '결혼지옥'은 '네 탓 부부'로 꾸며졌다. 시부모는 아들 며느리의 집에 들러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참고 참은 아내는 모두가 거실에서 행복할 때 홀로 설거지를 했다. 그러다 조용히 휴지를 뜯어 세탁실에 가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이후 시아버지는 "요즘 말로 성인 ADHD다"라고 막말했다.
알고 보니 아내는 시댁에서 남편의 멱살을 잡았고 시부모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 아내 역시 그동안 남편 때문에 힘든 일을 털어놓았고 시부모는 이런 대화는 처음이라며 며느리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과 시부모의 잘못을 알리면서도 아내에게 오해를 사지 않게 진심을 이야기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인지적인 사람과 정서적인 사람의 차이를 짚어주기도 했다. 남편은 사과했고 아내 역시 미소를 지었다. 시부모에게는 "예쁘게 봐달라"며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돌아온 '결혼지옥'은 그동안의 방송과 비슷한 패턴으로 구성됐는데, 크게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은 없었다. '모든 시청자가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켜나갈지 눈여겨 볼만하다.
사진=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