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트랜스젠더 방송인 풍자가 커밍아웃 후 절연했던 가족과 재회에 성공했다.
풍자는 4일 "태국에서 4박 5일 가족여행을 했다. 내일 한국 간다"라는 메시지를 개했다. 그는 2019년 트랜스젠더 유튜버로 데뷔했으며, 최근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각종 예능, 웹예능 등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어릴 적 '돈 많이 벌어 아빠 비행기 타게 해줄게!'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며 "어릴 땐 아빠 비행기 태워주는 게 최고의 효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그 효도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네티즌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나를 사랑해 주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이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한국 가서 여러분들께 웃음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풍자는 지난해 12월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이하 '세치혀')에 출연해 가족에 커밍아웃을 했다가 절연을 해야 했던 사연을 고백했다.
그는 자신을 딸로 받아들이지 않는 아버지와 10년간 연락을 끊겼지만 최근 딸로서 인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풍자는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 이렇게 총 3번 커밍아웃을 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던 아버지는 회차가 거듭되자 진심이라는 걸 알았고, 성인이 되어서 한 커밍아웃에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풍자 "저희 아버지는 호랑이가 사람으로 태어난 모습 같을 정도로 강력하신 분이었다"며 "(커밍아웃을 하자) 아버지가 식칼을 가져오시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가 '네가 여자로 사는 걸 용납 못하겠다. 여자로 살고 싶으면 이 칼로 나를 죽여라'라고 하시더라"며 "(그런 상황인 채로) 10시간, 11시간 대립을 했다"고 전했다.
풍자는 "누구 하나 꺾이지 않아 잠시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셨을 때, 여자가 되기 위해 가출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들과 10년 동안 연락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얼굴도 보지 않고 지냈다는 풍자.
그는 "힘든 순간이 많았다. 몰래 집 근처를 배회한 적도 있다.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며 "어느 순간 집도 이사를 가 (가족의) 행방을 모르는 상황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남동생이 길에서 쓰러졌다며 연락이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아버지에게 울면서 전화가 왔다. 남동생이 의식을 찾고 제일 먼저 한 이야기가 '큰형이 너무 보고 싶다'였다더라. 아버지가 '집으로 와라'라고 한 마디 하셨다. 집에 가는 택시에서 내렸는데 정말 서로를 못 알아보더라"고 이야기했다.
풍자는 당시 자신이 이기적이었다고 느꼈다며 "10년 떨어지고 모습이 바뀌니 너무 서먹했다. (그래서) 친해지고 인정받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런데) 아버지가 어깨에 손을 (먼저) 올리셨다. 저는 맞는 줄 알았는데 '우리 딸, 자기 엄마랑 똑같이 생겼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널 여자로 받아주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넌 내 자식이다. 내가 널 지켜주고, 너에게 날아오는 모든 비난을 받아주겠다. 아빠가 있으니 당당히 여자로 살아봐라'라고 하시더라"고 말해 청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 = 풍자, MBC '세치혀' 방송 화면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