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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와 韓 피겨, 협곡을 넘어 봄날로 가다

기사입력 2011.05.09 07:15 / 기사수정 2011.05.09 08: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1, 고려대)가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 공연을 모두 마쳤다. 2010 토리노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공식 대회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었던 김연아는 13개월 만에 '2011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비록,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전성기의 기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2일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곧바로 입국한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를 준비했고 3일 동안 국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번 아이스쇼에는 김연아의 국가대표 후배인 곽민정(17, 수리고)과 김해진(14, 과천중)이 함께 출연했다. 국내 유망주들이 만여 명의 많은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경험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아는 "(곽)민정이와 (김)해진이 모두 공연을 앞두고 많이 긴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앞으로 경기를 펼치는데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김연아를 포함한 국내피겨 선수들은 모든 일정을 마쳤다. 김연아는 경쟁대회에 복귀했고 곽민정은 국내 여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해진은 시즌 중반, 부상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초에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10-2011 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겪었지만 2년 연속 국내내셔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 4월 중순에 열린 '고 빙상인 추모 제53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 최고 점수인 155.39점을 받았다. 14세의 나이를 생각할 때, 이 점수는 상당히 높은 점수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제시한 김해진은 아쉬웠던 시즌을 알차게 마무리 지었다.

지난 시즌도 한국 피겨는 조금씩 정진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린 유망주 선수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했다. 이른 아침과 늦은 밤, 그리고 새벽 시간에도 빙판을 가로지르면서 열심히 노력한 땀은 '한줄기 빛'으로 작용했다. 김연아와 한국 피겨는 지난 시즌에도 협곡을 넘어 봄날에 이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김연아, "수줍음을 버려야 좋은 스케이터 될 수 있다"

김연아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가리켜 "남들 앞에서 좀처럼 표현하지 못했던 수줍음 많던 아이"라고 표현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김연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달 동안 후배들과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오랜만에 함께 훈련했다. 이 기간동안 느낀 점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스케이팅 스킬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김연아는 "연기를 할 때, 여전히 쑥스러움이 많은 것 같다. 동양 선수들의 특징인지, 아니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아직 모르는 건지는 모르겠다. 쑥스러움을 없애는 훈련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었다.

어린 시절, 김연아도 무표정한 얼굴로 기술에 집중했던 선수였다. 김연아는 "나도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열심히 하던 선수였다. 중요한 것은 관중들이 많은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기 도중, 실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이다. 이러한 자신감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연기력은 기량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김연아 이 전에 국내에서 '아이스쇼'는 생소했다. 갈라쇼는 스케이터의 숨겨진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이다. 그리고 많은 관중들 앞에서 자신을 한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곽민정과 김해진은 세 번에 걸친 공연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특히, 김해진은 2회 공연과 3회 공연에서 모든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 그리고 트리플 토룹 등을 모두 성공해낸 김해진은 부끄러움을 벗어던지고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도 펼쳤다.

지난 1일 열린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갈라쇼에서도 러시아의 유망주들이 출연했다. 강릉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분에서 나란히 1,2위에 오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4)와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4, 이상 러시아)는 많은 관중들이 모인 무대에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했다.

김연아는 '올댓스케이트 스프링2011' 3회 공연을 마치고 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스쇼에서 연기를 펼치는 것이 실전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 한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경험도 경기를 하는데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이스쇼의 대중화, '피겨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공연에 출연한 '페어의 전설'인 예카트리나 고르디바(40, 러시아)는 "한국 관중들의  열기에 대해서는 남편인 일리야 쿨릭에게 익히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경험을 하니 더욱 대단했다"고 한국에서 공연을 펼친 소감을 전했다.

김연아의 등장 이후 아이스쇼는 국내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3일 동안 객석을 가득 채운 만 여명의 팬들은 김연아와 세계 각국에서 온 스케이터의 연기에 갈채를 보냈다. 많은 스케이터들에게 한국은 꼭 서보고 싶은 무대가 됐다.

지난해 1월에는 전북 전주에서 4대륙선수권대회가 개최됐고 올 3월 초에는 강릉에서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한 시즌 한 번 꼴로 굵직한 경쟁대회가 치러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피겨 환경은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

한국 피겨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김연아의 등장으로 인해 피겨 스케이팅은 순식간에 대중화를 이루었고 많은 피겨 지망생들을 아이스링크로 불러 모았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 피겨의 발전은 가속화됐다. 그늘 진 곳에서 땀과 눈물을 쏟아낸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노력도 한국 피겨의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 김연아는 "오랜만에 한국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내면서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격려했다.

김연아와 곽민정, 그리고 김해진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은 올 시즌도 한 단계 도약했다. 선수들의 꾸준한 노력과 땀을 위해서라도 한국 피겨 인프라의 발전은 지속되어야 한다.



[사진 = 김연아, 곽민정, 김해진 (C)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정재훈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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