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인턴기자) 아르헨티나 레전드 공격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대표팀 후배들의 우승에 엉엉 울었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에서 포효하던 그의 모습 대신 눈물을 쏟아내는 한 중년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와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이겨 지난 1986년 대회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염원하던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메시와 대표팀 선수들은 한참 동안 경기장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축하를 나눴다.
선수들의 가족들도 우승에 대한 기쁨을 함께 만끽했다.
우승에 감동한 것은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격수였던 바티스투타도 조국의 우승에 감동하여 눈물을 참지 못한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비인스포츠' 해설자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함께한 바티스투타는 루사일 경기장 위쪽에 설치된 중계 부스에서 경기를 보던 중 곤살로 몬티엘이 승부차기를 성공시키자 눈물을 터트렸다. 바티스투타의 눈물은 비인스포츠 방송을 통해 그대로 공개됐다.
바티스투타는 이어 “굉장히 감동스러운 날이다. 아르헨티나와 메시, 모두가 행복하다.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모두가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원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미안하다. 난 오늘 살아있음을 느꼈다”라며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바티스투타는 현역 시절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피오렌티나와 AS 로마에서 프로 생활을 하며 유럽 무대를 호령하는 골잡이로 이름을 날렸다.
대표팀에서도 뛰어난 득점력으로 아르헨티나의 코파아메리카 1991, 1993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바티스투타는 1994 미국 월드컵 그리스전 때 월드컵 데뷔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등장했으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땐 부진을 면치 못하며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탈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엔 고생을 많이 했다.
2005년 은퇴 뒤엔 두 다리 연골 조직이 닳아 없어지고 힘줄이 제대로 기능을 못해 거동이 힘든 지경에 놓였다. 통증이 심해져 수 년 전 그가 다리를 절단할 거란 외신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지금은 꾸준한 치료와 의료기기의 도움으로 점차 회복했지만 아직도 몸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스투타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전까지 아르헨티나 대표팀 월드컵 최다 득점자였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컵에서 10골을 기록한 그는 메시가 이번 월드컵에서 7골을 득점해 월드컵 통산 득점 13골을 기록하면서 2위로 물러나게 됐다.
한편 팬들은 바티스투타의 눈물 영상을 자신들의 SNS에 공유하며 “바티스투타가 1994, 1998, 2002에 하지 못했던 걸 메시가 대신 해줬다”, “당신은 마라도나보다 월드컵 득점이 많은 야수다”, “당신도 우리에게 감동을 준 적이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AFP, 로이터/연합뉴스, 비인스포츠 화면 캡처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