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대전전 징크스는 계속 되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대전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수원은 2004년까지 2년 동안 대전전에서 7전 2무5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2일 오후 3시에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대전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징크스 탈출을 노렸지만, 끝내 0:0으로 비기고 말았다. 팀의 주축인 앵커맨 김남일이 핀을 제거하기 위한 발목 수술로 대전전에 결장한 것이, 수원의 전력이 약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을 따내고 무승부를 거두었기 때문에, 일단 지는것 보다는 더 나은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오는 6일에는 주빌로 이와타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김남일 합류 가능성 높은 다음 경기에서 100%의 전력을 다할 것이다. 비록 대전전에서 징크스 탈출에 실패하여 8경기 연속 대전전 무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11월 7일 포항전 1:0 승리 이후 지금까지 1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의 좋은 기록도 이어가게 되었다. 0:0으로 비긴 대전과 수원은, 나란히 5~6위를 지켰다.
김남일 공백 메꾸기 실패, '실리축구'도 안통했다수원의 '템포축구'를 주도하면서 날카로운 패싱력 등을 통해 팀 공격력을 높여왔던 김남일의 수술 공백은, 수원에게 영향이 컸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후기리그 우승을 공헌한 '김진우-김두현' 조합이 올해들어 처음으로 다시 가동했지만, '김진우-김남일' 조합에 비하면 공격운영에서 큰 허점을 드러냈다. 이관우가 분전한 대전 미드필드진에게 일치감치 중원을 장악 당하면서 공백을 실감했다.
홀딩맨 김진우의 부진은 수원 전력의 결정적인 데미지를 입혔다. 경기 내내 대전 공격을 조율하던 이관우를 평소와 다름없이 꽁꽁 견제했다면, 대전의 공격을 활발하게 차단하여 수원의 역습을 재빠르게 이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원에서 궃은 경기력 펼치는 기존의 '살림꾼' 역할은 보이지 않았고, 대전 공격 차단이 매끄럽지 못했다. 앵커맨 김두현이 김진우보다 공격 성향의 경기력을 펼쳐, 김진우의 부진이 눈에 띄게 파악 되었다.
김진우와 김두현의 호흡이 유기적이지 못한 원인도, 팀 전력의 중추인 중원이 튼튼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격을 전개하는 방향이 다채롭지 못했고, 두 선수끼리의 호흡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멀티 플레이어 김두현은 김남일을 대신하여 앵커맨으로 기용 되었지만, 전체적인 활약도가 비교적 소극적 이었다. 장점 요소인 공격력은 대전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막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대전에게 주도권에서 밀렸고, 수비를 강화하여 역습을 노리는 '실리축구'를 펼쳤다. 실리축구는 지난해 후기리그 중반부터 수비에 역점을 두었던 수원의 축구 스타일 이다. 3선에 있는 미드필드진 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력을 펼쳤고, 좌우 윙백을 맡는 최성용과 송종국이 3백 라인과 함께 같은 라인을 형성하여 수비 라인을 두텁게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수비진에서는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첫째로 곽희주가 레안드롱의 공격을 경기 내내 철저하게 봉쇄하지 못한 허점이 있었고, 둘째로 마토 등과 같은 수비수들이 김종현이나 알리송 같은 빠른 스타일의 공격수를 막기에는 스피드가 부족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수비수들의 발이 느렸던 수원 수비진은 최윤겸 감독이 대전 사령탑으로 부임한 2003년부터 대전의 빠른 공격을 철저하게 차단하지 못했다. 어쩌면 전력적인 기준에서, 수원이 대전에게 약한 이유는 수비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 시켰다.
역습 공격 또한 잘될리가 없었다. 대전의 짜임새 강한 수비에 막혀,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못했다. 공격 삼각편대를 맡는 세 명의 선수들은 동반 부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중앙과 왼쪽 측면을 번갈아 갔던 김대의는 대전 수비진과 수비형 미드필더 이경수에게 철저히 고립 되었고, 나드손은 경기 내내 최윤열의 악착같은 방어를 뚫지 못했다. 안효연은 발빠른 주승진과 장현규에게 막혀 고전했다. 후반 27분에 김진우를 빼고 조성환을 투입하여 4-4-2 대형으로 전환했지만, 별 소득 없었다.
대전의 전력이 더 빛났다역시 대전은 수원에 강했다. 침체기였던 지난해 보다 나아진 전력을 앞세워, 컵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왔던 수원을 당당히 맞섰다. 수원 선수들을 제압하기 위해 불굴의 투지를 발휘하는 대전 선수들의 정신력은 이번 경기에서도 빛났다. 골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공격력과 수비력 같은 전체적인 전력에서 수원을 압도했다.
그중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 이관우는, 그동안 수원의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전은 공격형 미드필더 이관우의 예리한 전진패스와 개인기를 앞세워, 미드필드진에서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펼쳤다. 대전의 공격이 이관우로 부터 통한다는 말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증명 되었다. 이관우가 맹활약 하자, 대전의 공격이 잘 통했다. 공격진이 경기 내내 수원 수비진을 위협적으로 공략하고, '강정훈-이경수'의 더블 보란치 조합은 여유있게 공격을 풀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관우는 빠르고 적극적인 움직임과 정확한 패싱력 등을 앞세워 미드필드진에서 대전의 공격을 지휘했다. 수비시에는 압박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수원 공격을 막아내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위치선정이 안정적이고, 경기를 지능적으로 풀어갔다. 이제는 90분 내내 풀타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까지 갖추었으며, 과감한 몸싸움까지 펼치게 되었다. 이관우가 불과 1~2년전에 비해 기량이 향상 되었음을 이번 수원전에서 확인 시켰다.
수원 경기를 포함한 컵대회 6경기에서 단 1골만 내주었던 것을 볼 수 있듯이, '주승진-장현규-최윤열-장철우'로 짜여진 대전의 4백 라인은 견고했다. 수원의 공격 삼각편대를 맡는 세 명의 선수들(김대의, 나드손, 안효연)을 악착같이 견제했고, 수비시의 집중력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압박시에는 선수들의 호흡을 극대화 시켜, 수원이 빠른 역습 공격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좁히는데 주력했다. 결국 '강정훈-이경수'의 더블 보란치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이관우까지 가세하자, 수원의 공격은 대전 수비 앞에서 작아졌다.
특히 김대의와 다른 선수들의 공간을 벌린 것이, 수원 공격을 봉쇄한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드손-안효연' 투톱 뒤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김대의가 부진하면, 나머지 공격수들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경기 초반부터 조직적으로 김대의로 향하는 공격 루트를 봉쇄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노련한 최윤열은 경기 내내 나드손을 압도하는 수비력을 과시했고, 장현규와 주승진은 안정적이고 빠른 수비 운영을 펼쳤다.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 있는 장철우도 흔들린 기색이 없었다.
다만 경기를 주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기와는 달리 많이 주어진 세트 피스 상황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이관우가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수원 수비진이 활발하게 걷어내는 등의 요인으로 끝내 골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감안해도, 비교적 좋은 경기 내용을 펼쳤다.
수원vs대전, 출전선수명단
-수원- GK : 김대환 DF : 마토, 박건하, 곽희주 MF : 최성용, 김진우(후반 27분 조성환), 김두현, 송종국 AM : 김대의 FW : 안효연, 나드손(후반 31분 김동현) *대형 : 3-4-1-2(후반 27분 이후 4-4-2로 전환)
-대전- GK : 최은성 DF : 주승진, 장현규, 최윤열, 장철우 MF : 강정훈, 이관우, 이경수 FW : 하찡요(후반 15분 에니키), 레안드롱, 김종현(후반 15분 알리송) *대형 : 4-3-3
관중 : 18,25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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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