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눈물로 시작했던 리오넬 메시의 카타르 월드컵이 즉위식으로 막을 내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메시의, 메시를 위한, 메시에 의한' 월드컵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다옌에 위치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승리(4-2)를 거뒀다.
이로써 메시는 오랜 숙원이던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뤘다. 클럽과 대표팀에서 수많은 우승을 경험했지만 월드컵만 없었다. 4전 5기 끝에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최약체 사우디 아라비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 위기를 맞았다.
대회 전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A매치 36경기 무패를 달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상태였다. 사우디전에서도 전반전 동안 4번이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오프사이드로 3골이 취소되면서 경기가 어렵게 흘러갔다. 결국 후반전 초반 2실점, 충격적인 역전패로 대회를 시작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팬들에게 부탁드린다. 우리를 믿고 계속 응원해줬으면 한다.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시의 말처럼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부터 아르헨티나가 서서히 살아났다. 아르헨티나를 잠에서 깨운 건 역시 메시의 왼발 한 방이었다.
후반전 초반까지 답답했던 흐름은 메시의 왼발 중거리 골 한 방에 아르헨티나 쪽으로 넘어왔다. 메시는 엔소 페르난데스의 골까지 도우면서 2-0 승리를 견인했다.
3차전 폴란드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긴 했으나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공급했고, 2-0 승리를 도왔다.
16강부터 결승까지는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4경기 모두 득점에 성공했고, 매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16강 호주전 선제골, 8강 네덜란드전 1골 1도움, 4강 크로아티아전 1골 1도움, 프랑스전 2골까지 완벽한 활약이었다.
월드컵 역사상 16강, 8강, 4강, 결승전 모두 득점에 성공한 건 메시가 유일했다. 토너먼트 전 경기 최우수 선수 선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토너먼트 도중엔 상대 감독과 신경전을 펼치는 이외의 모습으로 월드컵의 재미를 더했다.
네덜란드와 8강을 앞두고 상대팀 루이스 판할 감독이 "메시는 뛰지 않는다"며 혹평을 가하자,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 끝에 네덜란드를 이긴 뒤 판할에게 달려가 "당신은 말이 너무 많다"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네덜란드전을 통해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린 메시는 준결승, 결승에서 더욱 펄펄 날았다.
크로아티아전에선 전성기 마라도나에 비유할 만한 드리블을 통해 훌리오 알바레스의 쐐기골을 도와 전세계 축구팬 찬사를 쓸어담았다.
프랑스전에선 연장 후반 자신이 잘 쓰지 않는 오른발로 슛을 쏴 아르헨티나가 3-2로 앞서도록 했다.
이번 대회 7골 3도움으로 개인 커리어 사상 최고의 활약을 펼친 메시에게 골든볼(MVP)이 돌아가는 건 당연했다. 메시는 골든볼을 차지했고, 염원이던 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우승 세리머니에서는 이슬람 왕족만이 착용할 수 있다는 '비시트'를 착용했다. 카타르 국왕이 직접 메시에게 비시트를 입혀줬다. 메시는 황금색과 검은색이 섞인 비시트를 입고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눈물로 시작했던 메시의 카타르 월드컵이 모든 게 갖춰진 황제 즉위식으로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사진=AP, AFP/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