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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친부가 18년 만에…모로코전 결승포 에르난데스의 '우여곡절 인생사'

기사입력 2022.12.16 06:30 / 기사수정 2022.12.16 08:50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그의 '아크로바틱'한 왼발 날려차기에 철옹성 같던 모로코 수비벽이 무너졌다.

15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 프랑스-모로코 맞대결에서 전반 5분 만에 이날 경기 첫 골을 넣어 프랑스 승리의 첫 단추를 꿴 선수는 킬리안 음바페도, 올리비어 지루나 앙투안 그리즈만도 아니었다.

이번 대회 앞두고 출전시간이 불투명했던 왼쪽 수비수 테오 에르난데스(테오·25·AC밀란)였다.

테오는 지난 11일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하마터면 역적이 될 뻔했다.

프랑스가 2-1로 이기고 있던 후반 35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잉글랜드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를 과격하게 밀어 그를 쓰러트렸기 때문이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는데 해리 케인이 킥을 '홈런'처럼 크로스바 위로 날려버리면서 테오도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프랑스의 승리를 지켰다.



이어 모로코전 선발 출전으로 자신을 변함 없이 지지한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의 선택에 전반 5분 선제 결승포로 화답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모로코를 2-0으로 이기고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돌이켜보면 테오는 이번 월드컵에서 레프트백 백업으로 벤치에서 대기할 운명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에 공헌하는 등 해당 포지션에서 프랑스 대표팀 주전을 확고하게 굳힌 선수가 있어서였다.



바로 테오의 한 살 위 친형인 뤼카 에르난데스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프랑스의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지난달 23일 호주전에서 형이 전반 9분 만에 그라운드에 쓰러져 실려나가면서 동생의 운명이 180도 바뀌게 됐다. 형 뤼카를 대신해 들어간 선수가 바로 테오였다.

형과 달리 센터백을 볼 수 없는 전문 레프트백이지만 데샹 감독은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쓰던 스리백을 포기하고 포백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형의 빈 자리를 무리 없이 동생으로 채울 수 있었다.

테오는 호주전 교체투입 뒤 1.8군으로 나섰던 조별리그 최종전 튀니지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며 십자인대 파열로 재활 중인 형의 빈 자리를 말끔히 메웠다.



사실 테오는 형과 함께 기구한 인생사를 갖고 있다.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뛸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던 아버지 장-프랑수아 에르난데스가 테오가 만 7살이던 지난 2004년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돈과 연락처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떠났기 때문에 테오, 그리고 형 뤼카는 프랑스 남부도시 마르세유에서 살다가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주, 홀어머니와 함께 축구 선수로서의 꿈을 어렵게 키웠다.

10살 때 형과 함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스팀에 입단한 테오는 18살이던 2015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B팀에서 데뷔하며 대성 가능성을 알렸다. 이어 2017년엔 레알 마드리드에 스카웃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19년 형은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 동생은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으로 나란히 이적하며 두 형제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두 형제는 3년 전 "아버지는 살아있는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던 아버지가 최근 나타났다.

뤼카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우승에 기여하고, 테오까지 크게 뜨자 프랑스 언론 등이 아버지 행적에 궁금증을 표했고 결국 장-프랑수아 에르난데스가 태국의 코 사무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을 알아낸 것이다.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에 따르면 아버지는 최근 프랑스로 돌아와서 "두 아들의 돈에 관심이 없으니 만나고 싶다", "프랑스 월드컵을 (아들이 그리워)울면서 보고 있다"는 발언 등으로 뤼카, 테오와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다.

아버지는 "두 아들의 친모가 접견을 막았다"는 주장 등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아들은 아직 친부와 연락을 계속 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오는 에르난데스라는 성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들이 스페인 혈통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마드리드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가족끼리는 스페인어를 쓴다.

지난해 프랑스 대표로 발탁되기 전까지 스페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었으나 형과 함께 프랑스의 푸른색 유니폼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4년 전 형처럼 월드컵 결승전 무대를 눈 앞에 뒀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와 한판 대결을 준비한다.



사진=AFP, 로이터/연합뉴스. 테오 에르난데스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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