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8:03
스포츠

[미러클 두산! 명승부 45선] ⑦

기사입력 2005.03.09 10:00 / 기사수정 2005.03.09 10:00

윤욱재 기자


2001 한국시리즈




28. [2001 KS 2차전]
허찌른 우즈의 도루


하늘이 도왔다.

달구벌에 내린 빗줄기는 새로운 희망을 충전케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모두 거친 강행군으로 선수들의 피로도가 쌓였고 일요일 낮경기보단 월요일 밤경기가 체력적으로 유리한 점을 고려하면 하늘도 베어스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도 예상못한 우즈의 스퍼트]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매진이었다. 20년만에 다시 만난 양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 역시 치열한 공방전으로 넉 점씩 주고 받아 6회까지 4-4 동점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7회초가 시작됐다. 1사 주자없는 가운데 장원진이 좌전안타로 출루하며 신호탄을 터뜨렸다. 3번타자 우즈는 후진수비를 역이용, 가볍게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어내면서 1사 1,3루의 황금찬스로 연결했다.

다음타자는 심재학. 심재학은 부상때문에 지명타자로 출전할 정도로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행여나 내야땅볼이라도 나오면 병살로 찬스가 무마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자 삼성은 마무리 김진웅을 투입시키는 초강수를 둔다. 뭔가 일이 꼬일 듯한 예감이 들었던 두산. 여기서 두산 코칭스태프의 소신있는 행동이 경기의 흐름을 모두 바꿔놓았다. 

1루베이스를 밟고 있던 우즈가 성큼성큼 리드를 하더니 갑자기 2루로 내달리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숨죽였다. 상상도 못했던 우즈의 스퍼트. 허를 찌른 작전에 포수 김동수는 급하게 2루로 송구했지만 결과는 세이프였다. 한국시리즈에 이런 과감한 작전을 구사할 줄 누가 알았을까.

우즈에게 도루를 허용한 것도 대단한 충격이었지만 그 다음 심재학의 타구는 삼성 벤치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2루수 앞 땅볼. 짜고 치는 고스톱도 이렇게 못한다.

이미 병살이 무산된 상황이었기때문에 타자 주자는 아웃되었지만 3루주자가 홈을 밟을 수 있었다. 경기는 다시 두산의 리드. 이 점수는 결승점이었다.

큰 경기에 더 큰 배짱으로 과감한 작전을 배팅한 두산 코칭스태프, 미션 석세스(Mission Success)!

물론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동주의 좌전 적시타로 우즈가 홈을 밟으면서 6-4로 도망갔다.


[장원진 "쐐기는 이렇게 박는다"]

절정의 타격감에 감동한 산신령이 안타 도끼를 홈런 도끼로 바꿔준 것일까?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었다.

눈 감고 휘두른 타구는 허공을 가르고 있었고 타구를 만든 주인공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8회초 장원진의 스리런. 이보다 더 확실한 쐐기는 없다. 그리고 이 홈런은 단순히 경기 향방을 결정짓는데 그치지 않고 삼성 마무리 김진웅까지 무너뜨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았다. 김진웅에게 이 홈런은 '잠실 초토화'의 시발점이었다.


[대구원정 1승1패-상위타선 부활 '목표달성']

양팀은 대구시리즈에서 1승1패로 승패는 똑같았지만 2차전 승리팀인 두산의 분위기가 좀 더 달아오른 상태였다.

사실 1승1패만 해도 대성과를 거둔 것이라 생각했던 두산이기에 잠실로 가는 길이 더욱 가볍게 느껴졌다. 게다가 조용했던 상위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김동주의 타격감 회복은 우승으로 가는 길을 시원하게 열어 준 계기가 되었다. 결국 4차전에서 만루홈런으로 다음날 신문 1면을 차지했다.



29. [2001 KS 4차전] 만루홈런과 한이닝 12득점, 잠실 용광로 대폭발!



[희비가 엇갈린 수입곰 듀오]

1회말 두산은 우즈의 투런으로 선방을 날렸다. 우즈는 삼성 선발 갈베스의 바깥쪽 직구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기면서 논스톱 파워를 자랑했다. (항간에선 주니치 스카우터가 우즈의 파워가 배가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또 다른 수입곰이자 이 날 선발투수였던 빅터 콜은 우등생 우즈가 투런홈런으로 선의의 경쟁에서 앞서갔는데도 불구,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결국 2회초 삼성에게 투아웃까지 잡아놓고 집중타를 허용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됐지만 문제는 마운드에 오른 최용호였다. 변화구가 하나같이 실투로 연결된 것이다. 이를 놓치지 않은 삼성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특히 마르티네스는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몸에 맞는 볼로 연결, 팀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줬고 마해영은 점수가 벌어졌는데도 죽을 힘을 다해 홈으로 들어오는 등 분명 예전에 모래알같던 삼성의 팀워크가 아니었다. 이 장면을 봐도 김응룡 감독 영입은 성공작이었음을 알 수 있고 이것은 다음시즌 우승의 밑거름이 된다.

광란의 8득점으로 스코어를 8-2로 역전한 삼성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생길 법도 했지만 마운드의 갈베스가 너무 불안했다. 2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내준 과정부터 찝찝했다. 물론 1점만 내주는데 그쳤지만 불안감은 지속됐다.

두산으로선 땅을 칠 노릇이었다. 뭔가 달아오르려던 시점에서 나온 장원진의 병살타는 두고두고 후회할 장면이었다. 하지만 3회말 공격 덕분에 장원진의 병살타는 모두가 잊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대역전이 펼쳐지다]

흔들리는 갈베스의 볼을 하나하나씩 골라낸 두산 타자들은 만루찬스를 만들었고 한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제구력 난조가 갈수록 심화되던 갈베스는 결국 강판당했다.

삼성의 선택은 김진웅. 최상의 선택이자 최후의 선택이었다. 중요할 땐 마무리도 곧바로 투입하는 김응룡식 마운드 운영의 결정판. 하지만 김진웅의 어깨엔 '부담'이 실려있었다. 게다가 연투로 지친 몸상태를 속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산 타자들의 불방망이쇼로 증거까지 확실히 남겼다.



홍성흔의 타구는 좌중간을 갈랐고 전상렬은 1,2루 사이를 갈랐다. 어느새 7-8 한 점 차까지 따라온 두산. 홍원기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한 '백업의 백업' 김호는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이것이 삼성이 잡은 첫 번째 아웃카운트였다.

다시 돌아온 상위타선. 정수근은 기다렸다는 듯이 좌측으로 밀어쳤고 이것은 안타로 이어졌다. 3루주자는 여유있게 들어왔지만 문제는 2루주자였다. 게다가 좌익수 김종훈의 송구도 꽤 날카로웠다. 하지만 포수 김동수의 블로킹이 문제였다. 주자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볼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 블로킹은 6차전에 재현되는데 그것은 두산의 우승을 결정짓는 결승득점이 되고 만다.)

9-8 역전! 믿을 수 없었다. 과연 야구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장원진의 적시타까지 터져 10-8. 마운드에 서있던 김진웅은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더이상 마운드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다시 교체가 단행됐다. 바톤을 이어받은 자는 박동희. 하지만 왠지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결국 자신의 실책과 볼넷을 허용하며 베이스를 꽉꽉 채워줬다.

다시 찾아온 만루찬스. 타석엔 김동주가 들어섰다.

쳤다. 그리고 넘어갔다. 만루홈런! 마치 20년 전 김유동의 만루홈런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시원하게 뻗어 간 홈런 타구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외야석에 꽂혔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기분 최고였다. 정말 두산팬들에겐 영원히 잊지 못할 뜨거운 홈런이었다.

마지막 보너스로 안경현의 백투백 홈런까지! 그렇게 3회말에 마침표를 찍었다.

4차전 3회말은 한국시리즈란 무대와 그로 상승된 정신력과 집중력, 응집력이 모두 모여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었다.

너무도 일찍 갈려버린 승부. 두산은 2차전부터 3연승으로 일찌감치 우승에 한 발 앞서갔고 삼성은 필승카드를 다 투입하고도 두산의 폭격에 당해 20년 묵은 한을 영영 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한편 두산 정수근은 승패가 이미 엇갈린 상황에서 스퀴즈번트를 대는가하면 삼성 김응룡 감독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 감독실을 나가버리는 등 신사다운 매너를 지키지 못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4차전이 끝나고 하루 쉰 뒤 펼쳐진 5차전에선 집중력에서 앞선 삼성이 총력전을 펼친 끝에 2승째를 챙길 수 있었다. 결전의 6차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⑧편에서 계속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adamyoon_mlb@hanmail.net)
스크린샷 / 윤욱재
스캔 / 윤욱재




윤욱재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