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년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전임 축구대표팀 감독을 사실상 숙청됐다. 카타르 월드컵 예선 탈락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은 26일(한국시간) 리톄 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엄정한 위법 혐의로 현재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의 국가체육총국 주재 기율검사팀과 후베이성 감찰위원회의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리톄 전 감독은 현역 시절 중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랴오닝 훙원에서 데뷔한 뒤 2002-2003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튼으로 임대 후 완전 이적하는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거쳐 2008년 중국 슈퍼리그로 복귀해 2011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국가대포로도 A매치 92경기를 뛰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중국 축구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중국이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뛰었다.
은퇴 후 광저우 헝다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2019년 중국 대표팀 감독 대행을 맡았고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서 연이은 부진으로 지난해 12월 지휘봉을 내려놨다. 중국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에서 5위에 그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리톄 감독은 한때 체포설이 돌기도 했지만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기율감찰위의 감찰 조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숙청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향후 축구인으로서 행보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리톄 감독의 감찰 조사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 일본이 독일을 꺾는 '자이언트 킬링'이 펼쳐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대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축구 굴기를 내세우고 2010년대 중반부터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카타르 월드컵 기간 축구대표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리톄 전 감독을 희생양 삼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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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