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4월의 마지막날 문학에서 벌어진 축구 이야기다.
전국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30일 저녁 인천문학경기장에서 '현대 오일뱅크 K리그 2011'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축구장에 비가 내리면.
공은 안 굴러가고.
관중들도 고생이고. (이날 경기에는112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축구를 즐겼다. 젖은 좌석을 닦아내고 우산 하나에 의지해 90분을 견뎌낸 1127명.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닌듯 하다.)
경호원 아저씨나 볼 보이 등 경기 진행에 도움을 주는 분들도 고생이고.
사진기자들도 고생이고.
특히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들은.
흠뻑 젖은 축구화에서 풍겨나오는 발냄새에 고생이겠지. (사진 속 다리의 주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그러나 고생고생하면서 건지는 선수들의 모습은 꽤 멋지고.
빗물에 세수하는 선수들의 진풍경도 벌어지기에 수중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아주 가~끔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치른 이날 경기는.
전반 1분 한교원의 벼락같은 골로 인천이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으나.
전반 10분 임유환의 동점골
3분 후 터진 이동국의 역전골 (전반 13분)
후반 11분에는 에닝요가 프리킥으로 또 쐐기골
에닝요 '스크롤 올려서 내 슛 장면 한번 더 보렴'
후반 24분 이동국의 쐐쐐기골.
후반 32분 정성훈 골. '그만 넣어도 되지 않겠니' (정성훈과 이동국은 동갑내기 친구다. 믿거나 말거나)
이를 보다 못한 캡틴 배효성, 한 골 만회한 후 미식축구 선수처럼 공을 들고 전력질주
하프라인에 터치다운시켰으나. (후반 36분)
후반 42분 교체투입 된 김동찬이
경기 종료 직전, 쐐쐐쐐기골이라고 해야 하나. 마무리 골까지 터뜨리며 전북이 6:2 대승을 거뒀다.
특히 '사자왕' 이동국은.
"이 정도 쯤이야"
생일(4월 29일) 다음날 경기에서 자축포를 두번이나 쐈다.
전북 경기에서 이동국 골을 못보면
냉면집에서 육수를 안 먹고 나온 것과 마찬가지야.
순대 먹을 때 간을 안 먹은 것과 마찬가지야.
아무튼 서른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서른 셋!
에닝요처럼 귀여운 선물 많이 받으셨기를.
한편 득점왕끼리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던 유병수는
전북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구애, 아니 견제에 시달렸고.
찾아온 페널티킥의 기회마저 염동균의 선방에 막히는 등
무득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전북의 주장 조성환과는 자주 부딪혔는데
불쾌지수가 높은 날이었기 때문일까. 두 선수는 때때로 날카로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
빗방울이 눈을 콕콕 찌르는 고통에도 꾹 참으며 서로를 째려보는 양 선수. 눈 깜빡이면 지는거야.
경기장 안에서는 으르렁대더라도 경기가 끝나면 훌훌 털고 좋은 선후배로 지내길 바라는 개인적인 소망.
그리고 아주 조금 궁금한건데 눈싸움은 누가 이겼을까.
경기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에 띄는건.
골 세레모니 장면에서 로브렉의 미친 존재감.
임유환의 첫 골부터
에닝요의 골에도.
이동국의 골에도.
정성훈의 골에도.
김동찬의 마무리골에도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기쁨을 함께 나누는 로브렉.
득점을 올리지 않았음에도 모든 세레모니 사진에서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맨유의 대런 플레쳐가 떠오르는 그의 신출귀몰한 존재감이었다.
그의 미친 존재감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지만 (세레소 오사카전 이동국의 결승골 장면)
다음번에는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여과없이 뽐내기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골대 뒤에서 손뼉을 치며 노래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친 미추홀 보이즈와 MGB.
이들이 있었기에 경기가 더욱 값지지 않았을까.
박수 받아야 할 사람들은 그대들이라는 것을.
하는 훈훈한 멘트와 함께 화보를 마친다.
정재훈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