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2.09 16:31 / 기사수정 2005.02.09 16:31
구도 인천.
기념비적인 한국야구 100주년의 해가 밝은 지금 인천팬들이 올시즌에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사실 그동안 구도란 말이 무색하게 결코 순탄치 못한 프로야구사를 간직하고 있는 인천팬들이기에 영욕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새로운 감회에 젖어들곤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로 출발해 지금 SK 와이번스가 인천에 정착하기까지 수 차례의 구단 매각과 자칫 잘못하면 야구단이 없어길 위기도 겪었던 그들이기에 지금 SK가 보여주는 팬사랑은 감동의 바다로 밀려올 수 밖에 없다.
SK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고 그동안 팬들이 겪은 아픔을 아물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창단 당시, 인천 시민들의 성원을 먹고 자라는 SK가 되기 위해 팀 성적을 끌어올려야 된다는 일념 하나로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야심차게 스토브리그에 나섰지만 뜻대로 영입이 안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트레이드도 현금트레이드가 아닌 이상 힘겨웠다.
삼성과 현대의 사례를 통해 무모할 정도로 돈 공세를 펴야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SK가 생각의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단 한 차례의 '사건' 때문이었다.
인천의 골수팬들은 창단 이후 줄곧 김경기를 데려올 것을 촉구했다. 이미 전성기도 지났고 효용 가치도 떨어진 김경기를 굳이 데려오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과 김경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들 머리속엔 인천의 4번타자 김경기의 모습이 뚜렷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인천 선수들은 몰라도 김경기만큼은 현대에 뺏기고(?) 싶지 않았다.
SK는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김경기를 영입했고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기뻐했다. 김경기 영입을 통해 팬들이 원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뒤로 SK는 '팬들이 원하는 선수'와 '투자 가치가 있는 선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 때 홍현우를 FA로 영입하기 위해 4년 22억을 제시했던 SK였지만 생각이 바뀐 이후 영입한 김민재와 박경완이 팀에 활력소를 불어 넣으면서 FA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은 딴 동네 사람들 얘기가 되버렸다.
이런 FA 영입과 더불어 아직도 성공과 실패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삼성과의 6:2 트레이드, 조웅천+조규제 15억 트레이드, 그리고 적재적소의 신인 영입과 유망주 발굴 등으로 지금 SK가 자원의 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후 문학구장 시대 개막과 조범현 감독의 취임과 최종준 단장의 부임이 어우러지면서 SK는 어느덧 강팀으로 변모해있었고 결국 2003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란 값진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준우승에 머물지 않고 우승을 향해 전진하기 위해 전력보강에 나선 SK는 브리또를 컴백시키고 이상훈을 LG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기대에 못미쳤고 이는 팀 성적에 영향을 끼쳤다. 또 영건들의 부상은 크나큰 악재였다. 결국 5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여기에 중심타선을 지켜주던 선수들이 병역문제에 휘말렸고 결국 비상사태에 돌입한 SK는 스토브리그동안 활발히 움직이며 김재현과 박재홍 등을 영입, 공백을 최소화했다.
사실 SK팬들은 인천 출신의 스타 박진만 영입을 원했고 SK도 박진만을 영입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금액에서 엇갈려 결국 실패로 끝났다. 투자 가치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 하지만 인천 출신은 아니라도 한때 인천 최고의 스타였던 박재홍을 영입하고 김홍집과 위재영 영입을 타진하는 등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필자가 선수 영입과 전력보강에 대해서만 중점을 두고 얘기를 했지만 창단 당시와 2003시즌 초 논란이 거셌던 유니폼에 대해서도 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와 추억의 삼미 유니폼 행사, 승리의 유니폼 행사를 통해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가려는 모습은 모든 구단들이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모 구단처럼 감정에 휩쓸려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치는 경우나 기량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은퇴를 종용하는 모습은 최소한 SK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SK의 노력에 인천팬들이 보답하는 길은 그저 열심히 응원해주고 문학구장에 와주기만 하면 된다.
사진 / SK와이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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