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FA컵 일정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62위 아이슬란드와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갖는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며 다음날인 12일 곧바로 월드컵 최종명단 26인이 발표된다. 14일에는 카타르로 출국한 후 24일 우루과이와 H조 1차전을 치른다.
11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벤투 감독은 소집 이후 한 차례도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김진수의 몸 상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벤투 감독은 "진수는 좋지 않다. 그가 좋지 않은 건 놀랍지 않다. 그는 FA컵 결승 2차전 전반 30분에 부상을 당한 후에도 끝까지 뛰었다. 그는 월드컵을 놓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뛰었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그는 팀 훈련에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했고 내일 경기에도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 그가 언제 뛸 수 있는지 날짜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그와 함께 김문환도 부상을 당한 것 역시 놀랍지 않다. 두 선수는 K리그1 막판에 정말 많이 뛰었다. 우승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한 선수는 60분, 한 선수는 90분을 뛰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벤투 감독은 대회 일정, 그리고 결승전과 플레이오프를 72시간 내에 두 경기씩 치르게 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비꼬았다.
벤투 감독은 "영리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대회를 조직한다.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을 2차전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모든 대회 동안 단판으로 치르다가 결승전만 2경기를 치른다. 플레이오프도 2경기를 치른다. 두 경기 사이는 72시간의 간격이 되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선수들의 휴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돈과 스폰서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의견으론 대표팀은 한국에선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뿐만 아니라 8월에도 대표팀이 가장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러면서 사람들이 대표팀이 월드컵이나 다른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모든 기관들, 가장 중요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방식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2022시즌 한국 프로축구는 정말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유례없는 겨울 월드컵으로 인해 K리그1은 역대 가장 빠른 2월 19일에 개막해 10월 23일 마무리했다. FA컵이 가장 마지막인 10월 30일 마무리됐다. 이후 선수들이 1주 휴식을 취한 뒤 파주NFC로 입소해 대표팀에 합류했다.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소속팀의 이해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진수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결승 2차전을 소화한 것도 그 이유다. 전북은 FA컵 우승으로 아홉 시즌 연속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다른 국가의 대표팀 감독들은 자국 대회 일정에 대한 비판이 없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경우 자국 리그 일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겨울에 월드컵이 열리는 것에 대해 지속해서 이야기가 나온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26명 중 20명이 해외파로 현재 시즌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난 5일 종료된 J리그1의 일정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도 일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은 국내파가 소집돼 리그 일정 직후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평가전을 치른 뒤 카타르로 건너가 현지 적응을 시작한다. 리그 직후에 당연히 여독이 있을 수밖에 없고 부상자도 발생한다. 더욱이 리그와 컵대회는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몰입도는 상당하다.
벤투 감독이 지적하는 포인트는 이해할 수 있으나 자국 리그와 협회를 비꼬는 언행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타 국가들과 비교해 자국 협회와 척을 지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단단한 내부 결속과 함께 원팀으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