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뜨거웠던 가을, 모두가 빛났지만 이 두 선수의 존재감은 유독 뚜렷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5차전 혈투 끝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때 지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키움은 열세일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듯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1패로 누르고 SSG 랜더스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이미 대단한 과정, 키움은 SSG 안방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으면서 다시 놀라움을 안겼다. 이어 2연패에 빠지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기어이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고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올 시즌 내내 그랬던 것처럼. 비록 준우승에 만족을 해야 했지만, 명품 조연이라고 하기에 이번 포스트시즌 키움의 이야기는 너무나 길고 또 감동적이었다. 좀 더 아쉬운 결말을 가진 주연이었다고 하는 편이 맞다.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한 결과지만, 두드러지는 투타의 중심은 분명했다. 투수 안우진은 정규시즌부터 키움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였다. 극적으로 3위로 정규시즌을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안우진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단기전에서 안우진의 존재감은 더 컸다. 플레이오프부터는 한현희, 정찬헌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안우진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물집 탓에 한국시리즈 1차전 조기강판이 된 후, 홍원기 감독이 리스크를 알면서도 안우진을 5차전 선발로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과 5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팔쳤던 SSG,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김광현은 "나도 물집이 잡혀 본 적이 있다. 완벽하게 아무는 데까지 열흘 정도 걸리더라. 그게 신경이 쓰일 텐데, 본인 나름대로 완급조절을 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잘 던졌던 것 같다"고 후배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김광현은 "키움에는 안우진, 이정후라는 MVP급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 그 선수들이 팀을 잘 이끌어 나가는 거 같다"면서 "그 선수들로 인해서 한국 야구가 재미있고 또 발전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규시즌 타율과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까지 1위를 싹쓸이한 이정후는 가을 무대에서도 펄펄 날았다. 기본 기록도 좋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늘 이정후가 등장했다. 무엇보다 본인 역시 만 24세로 많지 않은 나이인데, 동료들의 실수를 다독이고 투지를 북돋으며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단 속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6차전, 이정후는 2-2 동점에서 리드를 가져오는 홈런을 친 후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일곱 개를 펴보였다. 7차전으로 가자는 신호. 이정후라는 선수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비록 이정후의 바람과 달리 7차전은 열리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경기가 열리지 않았어도, 키움이 어떻게 뭉치는 팀인지, 또 그런 팀을 응원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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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