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30대에는 조금 더 노련하게 움직이고 싶어요"
가수 정은지가 11일 첫 리메이크 앨범 '로그(log)'를 선보인다. '로그'는 여행과도 같은 그의 인생을 선배들의 음악을 통해 재해석하고 다시금 기록한 앨범이다. 정은지는 선곡을 비롯한 제작 전반에 참여, 트랙마다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녹여냈다.
타이틀곡인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정은지가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는 노래다. 올해 서른을 맞은 정은지가 표현한 故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위로의 마음을 담은 YB의 '흰수염고래', 어린 나이에 부산에서 상경했을 적의 심정을 녹여낸 조용필의 '꿈', 어머니에게 바치는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까지 다섯 곡의 노래가 알차게 담겼다. ([엑's 인터뷰①]에 이어)
솔로 데뷔곡 '하늘바라기'가 아버지를 위한 헌정곡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사랑을 위하여'는 어머니를 위한 노래다.
정은지는 "저희 엄마가 '하늘바라기' 때 많이 서운해하셨다. 곡 발매 전에 엄마 버전으로 따로 불러줬는데도 만족을 못 하셨다. 그때부터 엄마를 위한 어떤 곡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제가 가족과 고향에 대한 노래를 많이 하다 보니 또 비슷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제자리걸음처럼 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나중에 감정이 충분히 익혀진 후에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다리다가 이번 리메이크 앨범 작업을 하면서 지금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을 위하여'는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엄마의 젊은 날이 생각나는 곡이다. 어릴 때 멜로디언으로 배운 노래를 집에 가서 했는데 엄마가 '니 이 노래를 어떻게 아냐'며 노래를 불러주셨다. 노래로 이렇게까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곡을 들으면 눈앞에 추억이 보이는 듯 생생했다. 우연히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됐고 무조건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젊은 날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너무 슬프지 않게 기쁘게 부르려고 했다. 믹스 밸런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바로 앞에서 라이브를 부르는 것처럼 나오게 됐다. 거의 원테이크였다. 모든 것이 훨씬 좋게 나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어머니의 반응에 대해 정은지는 "이 노래를 듣고 엄마가 너무 많이 우셨다. 마치 불효를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또 그날의 엄마와 우리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엄청 고마워하셨다"며 웃었다. 이어 "이번 콘서트에 팬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을 것 같다. 같이 좋은 시간 보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 서른이 된 정은지는 어떤 마음으로 '서른 즈음에'를 불렀을까. 그는 "녹음하면서 힘들어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사랑을 위하여'와 '서른 즈음에'는 특히 힘들었다. 이 노래는 곡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텅 빈 것 같은 감정들이 좋았는데, 다시 부를 때는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라는 가사가 가장 와닿았다. 제 주변은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 또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라는 가사는 예전부터 이런 감정을 많이 느껴서 일을 쫓아왔는데, 이번에 노래를 듣고 부르다 보니 내가 많은 것을 쫓아온 게 아니라 쫓아다닌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쫓아다닌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 가지 마음이 들게 한 녹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서른이 되고 달라진 변화도 언급했다. 정은지는 "예전에는 인터뷰를 하게 되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신났는데 요즘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생각에 잠긴다. 제가 굉장한 P형 인간이라 서른이라고 딱히 계획을 세워두진 않았고 되는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산다. 다만 그런 건 있다. 30대는 20대처럼 살면 안 될 것 같다. 20대 때는 너무 몸을 안 사리고 몸통 박치기로 일했다. 그래서인가 요즘 이상하게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쑤신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는 배웠던 걸 바탕으로 조금 더 노련하게 살고 싶다. 이제는 뭘 좋아하는지 알고 움직여야겠다 싶다"며 당찬 각오를 전했다.
사진 = IST엔터테인먼트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