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젊은 감독들이 중심으로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을 조금이라도 불러들였으면 좋겠다.”
국민타자도 국민유격수도 대답은 똑같았다. 서로의 맞대결을 신경 쓰면서도 궁극적으론 이 맞대결을 향한 높은 관심도가 야구 붐을 다시 일으키는 매개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76년생 동갑내기인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동시대를 풍미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여정을 함께 하며 한국 야구의 붐을 일으켰던 주역들이기도 하다. 국민타자와 국민유격수라는 ‘국민’ 타이틀을 얻었던 시기도 바로 이 때. 이랬던 두 선수가 어느덧 감독이 되어 맞대결을 펼친다. 야구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두 감독의 묘한 인연도 라이벌 구도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요소 중 하나다. 두 선수는 라이온즈 왕조의 대표 주역들이지만, 정작 선수로서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다. 이승엽은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2003) 삼성에서 우승을 한 차례 기록했고, 박진만은 2년 뒤인 2005년에 FA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두 번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두 선수가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왕조의 일원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후 이승엽이 은퇴를 결심한 2017년, 박진만이 수비코치로서 삼성으로 돌아오면서 드디어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1년뿐이었다. 그 후로 접점이 없다가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다시 인연이 만들어졌다. 두 선수 모두 공석이었던 삼성의 차기 사령탑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묘한 경쟁체제가 만들어진 것. 결국 이승엽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으며 일단락 됐지만, 공교롭게도 이승엽 감독의 취임식 날 박진만 감독이 삼성 감독으로 선임되는 묘한 장면도 이어졌다.
국민 타이틀에 삼성 왕조 일원으로서의 묘한 인연까지. 라이벌 구도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스토리라인은 이미 갖춰졌다. 두 감독 역시 친구에게 지지 않겠다는 승부욕을 내비치면서도 이 라이벌 구도가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한국 야구의 붐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에서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되서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을 조금이라도 불러들였으면 좋겠다.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고, 박진만 감독 역시 자신의 취임식에서 ”팬 입장에선 관심이 커질 것이다. 지금 야구가 많이 침체됐는데 이 관심이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고, 이를 발판으로 야구 붐을 만들어가는 것이 나와 이승엽 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며 서로의 라이벌리를 생산적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프로 스포츠의 흥행 요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토리다. 젊은 감독들답게 스토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이를 잘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묘한 인연의 두 감독이 만들어갈 스토리는 어떻게 진행될까. 2023시즌 두 ‘국민’ 사령탑의 맞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