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이 학교 폭력 논란으로 V리그를 떠났던 이재영(26)과의 접촉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 논의 등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19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구단 내부적으로 이재영 영입을 확정한 게 전혀 아니다"라며 "김형실 감독님과 의논 후 프런트가 선수와 만나 의지나 몸 상태 등 여러 가지 부분을 체크한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여자부 제7구단으로 V리그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신생팀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3승 28패에 그쳤고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축 선수인 하혜진까지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부상을 당해 치명타를 입었다. 전력보강이 절실한 상황에서 영입 가능한 선수들을 알아봤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재영의 경우 몸 상태만 건강하다면 페퍼저축은행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이재영은 흥국생명에서 데뷔한 뒤 2014-2015 시즌 신인왕, 2016-2017 시즌 MVP를 차지하며 여자배구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2018-2019 시즌에는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견인해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라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재영은 지난해 2월 같은 팀에서 뛰게 된 쌍둥이 자매 이다영과 중학교 재학 시절 동기생들에게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가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쫓겨나듯 흥국생명, V리그를 떠났다.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의 추가 징계까지 뒤따랐다.
두 사람은 이후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고 그리스 리그로 떠났다. 이다영은 주전 세터로 자리 잡았지만 이재영은 무릎 부상 여파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다영은 최근 루마니아 리그로 이적했고 이재영은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단 "일반적으로 자유계약이 가능한 선수를 영입할 때도 선수의 상황, 의지 등을 알아보지 않나. 그런 일환으로 이재영과 만났을뿐이지 계약 조건을 논의하거나 관련돼서 진척된 부분은 전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재영은 현재 자유 계약 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페퍼저축은행은 물론 다른 구단과도 계약에만 합의한다면 V리그로 돌아오는데 걸림돌은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2022-2023 시즌 4라운드가 시작되는 내년 1월 4일 전까지만 등록을 마치면 코트에 다시 설 수 있다.
문제는 여론이다. 이재영, 이다영 모두 학폭 피해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학폭 논란을 빚은 남자부 OK금융그룹 송명근의 경우 군 입대 전 피해자와 만나 사과한 뒤 용서를 받고 재활 지원 등을 약속한 부분을 명확히 공지했기에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IBK기업은행에서 항명과 팀 무단 이탈 논란을 빚은 뒤 방출된 조송화의 영입을 검토했다가 철회했던 사례가 있어 이재영과 계약 여부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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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