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우리 시간으로 23일 낮 12시 30분에 미국 LA에서 벌어진 스웨덴 국가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이 경기를 끝으로 16일 콜롬비아전(1:2 패배)과 20일 파라과이전(1:1 무승부)에 이은 3번의 미국 전지훈련 평가전을 마무리 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위한 3차례의 미국 전지훈련 평가전을 통하여 좋은 경험을 했다. 해외파가 단 1명도 참가하지 않은 한국의 전력은 시간이 갈수록 향상 되었고, 박규선을 비롯한 일부 국내파 선수들에 대한 기량 검증과 국제경기 경험까지 쌓을 수 있었다.
정경호, 미국 전지훈련에서 가장 맹활약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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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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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대한축구협회 |
한국은 3차례의 평가전에서 총 3골을 넣었다. 그 중에 2골이 윙 포워드를 맡은 정경호의 머리(콜롬비아전)와 오른발(스웨덴전)에서 터진 것이다. 공격수로 출전한 이동국과 남궁도 등이 3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한 반면 정경호가 2골을 넣으며 한국의 득점력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스웨덴전에서는 중거리슛까지 날카로워진 모습을 보이는 등, 골 결정력까지 정확해졌다.
작년 아시안컵과 올림픽 이후에 비해 경기력이 한층 향상된 정경호는 그동안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와일드카드 자격)에서의 부진을, 미국 전지훈련을 통하여 충분히 만회했다. 국제 경기에 약하다는 일부 축구팬들의 비난까지 잠재울 수 있었다.
측면에 포진하는 윙 포워드답게 빠른 발을 앞세운 활약이 빛났다. 콜롬비아전에서는 오른쪽 측면에서, 파라과이전과 스웨덴전에서는 왼쪽 측면에서 공격력과 기동력을 높였다. 정경호는 선취골 상황 이외에도 종종 드리블을 활용한 돌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여 여러 차례 수비진을 농락했다. 한국은 정경호가 포진한 곳에서 공격 주도권이 높았다.
정경호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등을 활용하여 상대팀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예전보다 한층 넓어진 시야로, 정확한 볼 연결까지 돋보였다. 이 정도면 측면에서 위협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기존에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았던 설기현(울버햄튼)의 주전 자리까지 위협한 정경호는, 스웨덴전 이전에 벌어진 콜롬비아전과 파라과이전에서 주전 왼쪽 윙 포워드로 출전한 김동현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주전 오른쪽 윙 포워드 포진 가능성도 높였다. 이번 미국 전지훈련을 통하여 팀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주전 경쟁, 이제는 윤곽이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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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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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대한축구협회 |
미국 전지훈련은 해외파가 단 1명도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파로 구성된 선수들이 주전을 지키거나 또는 주전으로 도약하는 선수들간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12월 19일 강호 독일전(A매치) 3:1 승리가 주전 경쟁에 가속도를 붙였다면, 3차례의 평가전을 치른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치열했던 주전 경쟁에 윤곽이 잡혔다.
그동안 주전 골키퍼를 지킨 이운재가 계속 주전을 지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수비진은 3차례의 평가전에서 박재홍, 유경렬, 김진규가 계속 주전으로 출전했다. 3백 라인은 콜롬비아와의 후반전 이후부터 스웨덴전까지 '박재홍-유경렬-김진규'로 짰다.(콜롬비아전 전반전은 김진규가 중앙) 이들에 비해 출전이 많지 않았던 박동혁, 김치곤은 미국 전지훈련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좌우 윙백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김동진은 전체적으로 좋은 활약 펼쳤지만, 해외파 이영표에 비해 경기력이 부족했다. 파라과이전과 스웨덴전에서 주전 오른쪽 윙백으로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박규선은 콜롬비아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한 오범석보다 원활한 경기력을 선보였다.(송종국은 1월 31일 기초 군사훈련 입소)
중원은 스웨덴전에서 더블 보란치를 맡은 김남일과 김상식의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특히 전반 30분 이후부터 스웨덴 미드필드진을 본격적으로 장악하기 시작하여, 한국의 중앙 공격을 효율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김남일은 그 동안의 긴 부상을 털고, 미국 전지훈련을 통하여 한국의 중원을 이끄는 대들보 자리를 굳혀가게 되었다. 김정우는 김상식, 김남일, 김두현에 비해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다.
3차례의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모두 3톱을 구사했다. 이동국이 여전히 최전방 공격수를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좌우 윙 포워드 자리는 정경호의 맹활약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설기현과 차두리 같은 해외파 윙어들이 주전 자리를 쉽게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김동현과 남궁도는 미국 전지훈련에서 아직은 2% 부족한 경기력을 펼쳤고, 최성국은 이들에 비해 출전 시간이 부족했다.
국가대표팀이 미국 전지훈련에서 거둔 최고의 성과는, 치열한 주전 경쟁을 통한 전력 향상이다. 앞으로 전력을 더 가다듬고,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완벽한 세대교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와의 평가전(2월 4일)에서는 미국 전지훈련에서 주전 경쟁에 승리한 선수들과 해외파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이다. 이어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쿠웨이트와의 첫 경기(2월 9일)에서는, 최상의 선수층과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수비력 불안, 미국 전지훈련에서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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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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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울산현대 호랑이 |
그러나 수비력 불안은, 3경기에서 4골을 내준 미국 전지훈련에서도 여전했다. 결정적인 패스미스로 실점을 허용했고(콜롬비아전 역전골 허용), 골 에어리아 안에서 상대팀 선수를 손으로 거칠게 밀어 페널티킥을 허용했고(결국 파라과이에게 페널티킥골을 내줌), 방심한 나머지 상대팀에게 실점을 허용했다.(후반 40분 스웨덴전 동점골)
특히 실점한 4골 중에 2골은 상대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이다.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왼쪽 윙백 김동진이 문전 안에서 반칙을 범한 나머지, 페널티킥 허용 및 실점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빈도가 높았다.
3백 라인의 중앙은 무엇보다 안정이 우선이다. 하지만 거듭된 패스미스와 잔 실수로 실점을 허용하거나, 상대팀에게 결정적인 공격을 빈번히 허용했다. 박재홍은 결정적인 패스미스 허용으로 불안한 수비 운영을 펼쳤다. 공격 전개시의 판단력이 약하고, 하프 라인에서 나올 때 동료 선수에게 패스 받는 위치까지 불안했다. 김진규는 콜롬비아전에서 상대팀에게 실점을 허용하는 결정적인 패스미스를 범했다.
유경렬은 파라과이전에서 공격수 카르도소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전체적으로 잔 실수가 적었다. 상대팀 공격수를 악착같이 방어하려는 수비력이 돋보였고, 상대팀 공격을 여러 차례 차단하여 중앙 수비를 튼튼히 지켰다. 스웨덴전에서는 동료 선수들을 이끌어 수비 라인을 조절했다. 아직 A매치 4경기에 출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정된 수비력을 뽐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박재홍, 유경렬, 김진규를 주전으로 기용하여 서로간의 호흡을 높이려는 의도가 좋았다. 수비수들이 경기에서 최상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로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여러 경기 및 꾸준한 연습에서 호흡을 극대화해야 한다. 수비시의 잔 실수를 더 줄이면, 더욱 견고한 한국의 수비진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