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25 02:44 / 기사수정 2007.11.25 02:44
[엑스포츠뉴스 = 김경주기자] 또다시 그라운드에 광풍이 불어 닥쳤다.
23일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전기 리그 우승팀인 울산현대미포조선과 후기리그 우승팀인 수원시청의 경기. 이 경기에서 수원 시청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경기 중 항의를 하다 총 5명이 퇴장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그리고 규정에 따라 수원시청은 실격패를 당하고 말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라운드는, 그리고 그라운드 밖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들썩였다.
김성호 수난시대
이번 사건의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김성호 주심. 그에게 이런 시련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8월 한여름, 포항의 스틸 야드는 들끓었다. 경기 내용 때문이 아니라 심판의 판정과 그에 따른 불만의 표출로 인해서였다. 인천의 최효진과 포항의 따바레즈가 경기 내내 신경전을 벌였고 결국 큰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 일은 따바레즈는 퇴장, 최효진은 경고를 받으며 일단락 지어지는 듯 했지만 포항 측에선 경기 내내 쌓였던 불만이 터지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흥분의 기폭제가 된 레드카드는 바로 김성호 주심의 가슴에서 꺼내졌다.
경기 종료 후 흥분한 포항 팬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한 팬은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던 김성호 주심에게 다가갔다. 이 팬은 김성호 주심의 몸을 건드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김성호 주심은 이 팬에게 폭행을 가했다. 이 일로 김성호 주심은 무기한 심판 자격 정지를 당하며 심판 복을 벗어야했다.
이 후 2년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었던 김성호 주심은 올 시즌 들어 내셔널리그, 프로 2군 리그 등에서 대기심으로 모습을 보이며 그라운드 복귀를 시사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심판에게만 잘못을 물을 수 있나.
이 날 추태의 모든 잘못을 김성호 주심에게만 묻기는 어렵다. 후반 정재운이 보여준 행동은 다분히 퇴장 자체를 위한 고의성이 엿보인 행동이었다. 심판의 부당한 판정에 불만을 가진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경기 중에, 평일에 치러진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일부러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필요는 없었다.
꼭 두 리그를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셔널 리그를 보다보면 경기 중 흥분한 선수들에 게서 욕설이 흘러나온다. 이것은 비단 내셔널 리그뿐만이 아니라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욕설이 향하는 곳이 다르다. 내셔널 리그에선 이 욕설이 바로 심판을 향한 공격이 되는 일이 왕왕 생긴다. K리그였다면 바로 경고 혹은 퇴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일이지만, 내셔널리그에서는 용인되는 경우가 많다. 욕설뿐만이 아니다.
흥분한 선수들은 심판에 몸에 손을 대기도 한다. 분명 퇴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K리그는 경기 종료 후 심판진이 경기장 안전요원들에게 보호를 받으며 심판실로 향한다. 그러나 내셔널리그는 그렇지 않다. 혹여 그 날 판정에 대해 불만을 품은 팀이 있다면 한시 바삐 짐을 챙겨 사라지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단은 물론, 경기장에 난입한 팬-사실은, 팀 관계자에 가까운-에게 욕설과 심지어 폭행까지 당할 수 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심판 또한 보호받지 못하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지난 11월 8일 실업축구연맹은 이번 시즌 우승 후 K리그로 승격 가능한 팀은 울산현대 미포조선뿐이다. 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직 내셔널리그 후기리그가 채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기자회견이었다. 이는 수원시청이 결승에 올라와도 울산현대미포조선이 우승하기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어느 정도의 선언과도 같았다.
그러나 내셔널리그에선 이러한 선언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올 시즌 우승 후 승격 가능한 팀은 울산현대 미포조선이라는 것은 선수들 사이에선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실이었다. 내셔널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는 ‘시즌 시작 전부터 이번 시즌 우승은 그 팀(울산현대 미포조선)에게 밀어주기로 했는데 열심히 뛰면 뭐하나. 우리는 우승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미 우승 팀이 결정지어진 상황. 이런 상황에서 수원시청은 불청객일 수밖에 없었고 자신들의 우승이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수원시청 선수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경기 전부터 불리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경기장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수원시청 김창겸 감독은 23일 경기 종료 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판정이 불리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선수들에게도 심판 판정에 연연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위를 지나쳤다는 것이 수원시청 선수들의 항변이다.
울산현대미포조선 측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우승컵을 들어서 K리그로 올라가봤자 밀어주기로 올라왔다는 오명은 쉽사리 벗기 어려울 것이다.
무리한 승격제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원래 실업연맹은 지난해부터 우승팀을 K리그로 승격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지난 해 우승팀인 고양 국민은행이 끝내 승격을 거부했고 채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무리한 승격을 시도한 실업연맹과 시즌 내내 승격을 약속하고 끝내 뒤통수를 쳐버린 국민은행 측 모두에게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실업연맹으로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시즌 전 각 팀에게 승격 여부를 물었으나 확실한 대답이 돌아온 것은 단 세 팀뿐이었고, 그 중 하나가 울산현대미포조선이었다.
실업연맹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은연중에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몰아주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결국 이것이 더 큰 잘못을 낳고야 말았다. 물론, K리그로 올려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의 모든 팀이 준비되고 모든 팀에게 동등한 자격 요건이 주어지지도 않았는데 시행하는 무리한 승격제는 결국 내셔널리그를 준비된 단 한 팀을 위해 다른 열 한 개 팀을 모두 들러리로 만드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가 납득하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그리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리그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 것이 한 팀을 K리그로 올려 보내는 것보다 더 시급한 내셔널리그의 과제일 것이다.
[사진= 23일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김성호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는 수원시청 선수들 (C) 엑스포츠뉴스 김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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