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 손아섭' 무한경쟁의 승자는 4년차 고승민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후반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사령탑의 신뢰 속에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고승민은 지난 2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4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롯데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데뷔 후 두 번째 한 경기 4안타와 홈 경기 마수걸이 홈런의 기쁨까지 맛봤다.
고승민은 경기 후 "팀 승리에 보탬이 돼 너무 기쁘다. 타석에서 편하게 생각하고 자신 있게 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사직에서 정말 홈런을 쳐보고 싶었다. 오늘 팬들도 많이 오셔서 함성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바람이 이뤄져서 더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는 지난시즌 종료 후 손아섭이 NC로 FA 이적하면서 큰 공백이 생겼다. 팀의 상징으로서 언제나 롯데 우익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것 같던 손아섭의 존재감은 쉽게 메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실제 전반기 롯데 우익수들의 선발 타율은 0.199로 10개 구단 최하위였다.
하지만 후반기 고승민의 각성 속에 롯데 우익수는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고승민은 후반기 47경기서 타율 0.427(117타수 50안타) 1홈런 15타점 OPS 1.024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표본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이 기간 좌투수 상대 10타수 4안타로 좌완 공략에도 강점을 보였다. 전반기 좌투수에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서튼 감독은 "고승민이 후반기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좌투수 상대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면서 주전급에 가까워졌고 주전급 선수로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고승민도 "전반기에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후반기에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원래 내 스타일이 나오고 있고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하고 있다"고 자신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어 "아직 내가 확실히 주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주어지는 기회를 잘 잡아서 롯데의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며 "후반기에 잘 돼서 너무 기분이 좋지만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손아섭의 후계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최근 자신의 성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15년 이상 꾸준히 잘해야만 대선배의 레벨에 겨우 근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아섭의 롯데 시절 첫 1군 풀타임 성적(2008 시즌 80경기 타율 0.303 3홈런 17타점 2도루)과 고승민의 올해 89경기 타율 0.318 4홈런 27타점은 비슷하다. 롯데 팬들의 기대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고승민은 "손아섭 선배님을 따라가려면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며 "10년, 아니 15년 이상은 좋은 성적을 내야 손아섭 선배님처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