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제가 나온 예전 작품들이요? 아니요, 못 보겠어요!(웃음) 굉장히 신기했던 것이, 이제는 저한테도 아역이 생긴 것이잖아요. 저랑 정말 닮은 아역이 나왔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고, 저도 그 모습을 보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죠."(2015.10.20. '비밀' 인터뷰 중)
김유정은 아역 출신 배우들 중에서도 단연 '정변의 정석'으로 꼽히는 대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1999년 생인 김유정은 다섯 살이던 2003년 CF로 데뷔한 뒤 스물네 살이 된 현재까지 20여 년에 가까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2015년 개봉한 영화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은 김유정이 17세이던 시절 출연한 작품이었습니다.
'비밀'에서 김유정은 살인자의 딸 정현 역을 연기했습니다. 정현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10년 전의 사건을 계기로 가슴 깊이 상처를 감싸안은 채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소녀였죠.
자신의 친아버지를 향한 연민과 분노, 자신을 길러준 의붓아버지 상원(성동일 분)을 향한 친근함과 적대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담임선생님 철웅(손호준)을 향한 알 수 없는 동질감과 죄책감까지,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는 복합적인 내면 연기를 소화해야 했습니다.
무거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성숙한 소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한 김유정은 자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스토리를 능숙하게 이끌어갔죠.
2015년 '비밀' 개봉 전 만난 김유정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학업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근황을 귀띔했죠.
당시 시험 기간이던 학교의 상황을 언급하며 "시험은 아예 못 봤다"고 울상을 짓고, 화면 속에 조금 더 예쁘게 나오기 위해 "체중 조절도 조금씩 해요. 많이 잘 먹다가도 살이 찐 것 같으면 또 좀 빼고요"라며 일찍부터 더 노력할 수밖에 없는 쉽지만은 않은 배우 활동의 고충을 살짝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비밀'에서는 당시에도 10대 아역이던 김유정의 아역이 등장하며 김유정이 연기 활동을 이어온 지난 시간의 흐름을 엿보게 했죠.
이내 김유정은 "제가 봐도 너무 닮았더라고요"라고 미소를 보이며 "그 친구만의 또 다른 분위기가 있어서 묘하게 영화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작품 속에서 제가 연기하는 역할에 아역이 생기는지 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거든요"라고 말을 이으며 "많은 분들이 아역 배우와 제가 닮았다고 말씀해주시니까 더 느껴지더라고요. 아직 제가 아역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니까, 어느 정도 저와 정말 똑 닮은 아역이 나왔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죠. 영화를 보면서도 그 친구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진짜 예쁘고 잘한다'는 생각만 계속 한 것 같아요"라고 웃었습니다.
'아역'이라는 호칭을 가장 많이 듣고 어쩌면 가장 익숙했을 김유정에게 아직 자신도 어린 나이였던 열일곱 시절, 자신을 닮은 아역이 극 속에 출연한다는 것은 뭔가 묘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지점이었습니다.
김유정은 "굉장히 신기했던 게, 얼마 전에 아역 친구와 무대인사를 같이 갔었거든요"라고 큰 눈망울을 빛내며 말을 이었습니다.
"정말 애교도 많고, 흥이 많더라고요. (손)호준 오빠와 같이 놀아주고 있는데, 그 친구가 제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동요인 '토마토'를 불러주더라고요. 또 그러다가 '무서운 얘기 해줄게요' 라더니, 제가 가장 무서워했던 얘기를 하더라고요. 닮은 점도 많았고, 정말 친동생 같았죠.(웃음)"
2011년 한가인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해를 품은 달'을 비롯해 당시 김유정의 존재감이 돋보였던 작품들을 언급하며 '본인이 출연한 예전 모습도 찾아보는 편이냐'는 말에는 "아니요, 못 보겠어요"라고 쑥스럽게 웃어 보였습니다.
이어 "매 작품마다 아쉬운 것이 많아요. '최대한 많이 표현하자'고 마음을 먹고 들어가지만 그게 잘 안 될 때도 많았고요. 그래서 아쉬운 점도 많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죠"라고 털어놓았죠.
김유정은 '비밀' 이후에도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2016),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2018), '편의점 샛별이'(2020), '홍천기'(2021) 등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2017), 성인이 된 후 처음 촬영했던 작품인 '제8일의 밤'(2021)까지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오며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와 관객들을 만나왔습니다.
현재 티빙에서 스트리밍 중인 '청춘MT'에서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함께 한 동료들과 팀을 이뤄 팀장으로 씩씩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김유정의 밝은 얼굴을 계속 만나볼 수 있죠.
자신보다 두 살 어린 김보윤과 열세 살이던 시절 작품에서 만난 인연을 기억해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 "말씀 편하게 하시라"며 수줍게 말을 꺼내는 김보윤에게 "(먼저) 편하게 하면 나도 편하게 하겠다"며 언니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방송된 tvN 예능 '바퀴 달린 집2'에서도 게스트로 출연해 취미로 캠핑과 낚시를 즐기는 삶을 전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여유를 찾는 일상을 말하기도 했죠.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특별 출연 소식을 전한 김유정은 오는 2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를 통해 첫사랑에 빠져버린 소녀의 풋풋하고 가슴 설레는 이야기로 다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납니다.
대중의 눈 속에 한없이 어리고 귀여운 막냇동생 같았던 김유정은 그렇게 배우로, 또 20대의 청년으로 탄탄하고 단단하게 자신의 삶을 쌓아 올려오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 스틸컷, 티빙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