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보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영원한 맞수 FC 바르셀로나를 3년 만에 제압하며 코파 델 레이 우승을 차지했다. 레알은 이날 승리로 올시즌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저지에 성공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인데 이날 레알의 주제 무리뉴 감독이 그랬다. 이런 점에서 레알의 승리는 무리뉴의 철두철미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레알은 지난 해 11월 열린 바르사와의 리그 1차전을 통해 맞불 작전이 어렵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오픈된 게임으로 바르사에 맞선 레알은 0-5 패배라는 굴욕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에 따라 무리뉴 감독은 주말 리그 2차전을 기점으로 조심스러운 경기 운용을 지시했다. 바르사를 상대로 공격 위주의 전술을 펴기 보다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맞선 것이다.
레알의 전술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레알은 라울 알비올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바르사를 상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수비 중심이라는 비판에도, 이전전 경기와 비교해 훨씬 나아졌다는 평을 얻었다.
무리뉴식 바르사 해법은 이번 경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날 무리뉴 감독은 변칙적인 4-3-3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는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하면서 사미 케디라와 샤비 알론소를 중원에 포진했다. 또한 메수트 외질과 앙헬 디 마리아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전방에 기용했다. 이른바 '제로톱' 형태의 공격진을 통해 바르사에 맞선 것이다. 이러한 전형은 수비 가담이 원활해 바르사의 공격 전개를 끊는 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페페의 활약이 빛났다. 지난 경기에서 페페는 메시를 꽁꽁 묶으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경기에서 그는 포백 바로 위에서 수비진을 보호하는 임무를 소화했을 뿐 아니라 좀 더 전진 배치되며 상대 키 플레이어 챠비 에르난데스의 공 배급을 막는 구실도 훌륭히 해 냈다.
중앙선에서부터 매서운 위력을 발휘하는 바르사의 공격 전개는 봉쇄됐다. 레알은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바르사의 득점 기회를 최소화하는 데는 성공했다.
후반전에는 양상이 달라졌음에도 레알은 쉽사리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바르사 선수들이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을 활용했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상황에 따라 역습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예상대로 바르사의 공격이 계속됐지만, 레알은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의 선방이 뒷받침되면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후반 체력 비축에 성공한 레알은 연장에서 호날두의 결승 득점에 힘입어 난적 바르사를 1-0으로 제압했다. 무리뉴의 안목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사진= 코파 델 레이 우승에 성공한 레알 ⓒ UE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