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영종도, 김지수 기자) 은퇴 후에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KBO리그 레전드들이 전 메이저리그 선수들과의 이벤트 매치를 앞두고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최강야구'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승엽, 박용택, 정근우는 1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에서 열린 'FTX MLB 홈런더비 X 서울'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세 사람은 오는 17일 각각 시카고 컵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특별 초청 선수들과 팀을 이뤄 맞대결을 펼친다.
특별 제작 경기장에서 공격 팀은 홈런을 목표로 스윙을 하고 수비 팀은 2명의 선수가 외야에서 타구 처리를 노린다. 홈런이 인정되면 공격팀은 1점, 수비팀은 뜬공 타구를 잡을 경우 1점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특정 구역에 타깃을 맞출 경우 추가 득점도 가능하다.
이승엽은 시카고 컵스 출신 지오바니 소토, 박용택은 보스턴의 자니 곰스, 정근우는 다저스 출신 아드리안 곤잘레스, 김태균은 양키스의 닉 스위셔와 각 팀을 이끈다.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벤트 매치지만 참가 선수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마음가짐 속에 결전의 날을 준비 중이다.
정근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댓글을 봤는데 '정근우가 홈런 더비에 나간다고?'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웃은 뒤 "내가 체격에 비해서 장타력이 있다. 또 경기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알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근우의 경우 최근 KBO가 발표한 리그 출범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에 이름을 올렸지만 현역 시절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 통산 1747경기에서 121홈런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시즌도 4차례뿐이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최근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 출연하면서 실전 감각을 되찾았다는 입장이다. "진정성 있게 하고 있기 때문에 현역 때보다 더 많은 스윙을 하고 있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여유를 보였다.
박용택도 마찬가지였다. 박용택의 KBO 통산 홈런은 213개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9년과 2015년의 18홈런으로 정근우보다 높은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
박용택은 그러나 "(이) 승엽이 형도 못 해본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우승 경험이 있다"며 "이번 이벤트의 룰을 완벽하게 숙지했다. 가장 먼 거리가 100피트 밖에 안돼서 결국은 정확성에 승부가 갈릴 것 같다"고 밝혔다.
'최강야구'를 이끌고 있는 이승엽 감독은 자신이 뛰는 컵스의 승리를 장담했다. 은퇴 후 실전을 뛴 적이 없어 감각적으로는 걱정이 되지만 홈런더비 특성상 프리배팅 느낌에 가깝기 때문에 좋은 타구를 날려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자신 있다. (승부가) 끝났다고 봐도 된다. 무조건 1등을 해야 하고 이겨야 한다"며 "소토도 나에게 힘을 합쳐서 이겨 보자고 하더라. 이벤트 매치지만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내가 원래 이런 콘셉트로 강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며 "원래 자신감이 있으면 말을 많이 안 한다. 그냥 보여주면 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으니 이야기를 막 하게 된다"고 숨겨뒀던 입담을 마음껏 과시했다.
사진=영종도, 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