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소공동,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가 여러 위험 요인을 각오하고 고려대학교 투수 김유성을 지명했다.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 올가을은 '야구'가 아닌 '학교 폭력' 이슈와 마주해야 한다.
두산은 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9순위 지명권을 김유성에게 사용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이 김유성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장내는 크게 술렁였고 행사 종료 후 취재진의 발걸음은 대부분 두산 쪽으로 향했다.
김 단장은 "김유성은 대학교 2학년 투수가 140km 후반대를 꾸준히 던진다는 점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을 했다"며 "(2년 전 1차지명 철회로) 1라운드 지명은 못하니까 2라운드에서 9번째 순번인 우리까지 기회가 온다면 지명하자는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유성은 기량보다 경남 내동중 재학시절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야구팬들에 더 잘 알려져 있다. 김해고 3학년이었던 2020년 연고 지역 구단 NC에 1차지명 됐지만 피해자 측이 온라인을 통해 김유성에 받은 상처,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과 등을 거론하면서 논란이 됐다. NC는 여론 악화 속에 결국 지명을 철회했다.
2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먼저 김유성의 잠재력, 구위는 프로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다. 신장 191cm의 다부진 체격 조건을 갖췄고 평균 구속 140km 후반대의 직구를 뿌리는 우완은 어느 팀이라도 탐낼 만하다.
실제로 A 구단 관계자는 "올해 투구만 놓고 평가한다면 덕수고 심준석보다 고려대 김유성이 더 뛰어났다. 키도 더 컸고 고교 시절보다 여러 면에서 성장했다"고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이든 모험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스카우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유성은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와 관계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초 프로배구부터 시작된 스포츠 선수들의 '학폭 미투' 가해자 중 여전히 현역 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은 피해자와 합의를 마친 케이스가 많다. 반대의 경우 한국에서 설자리가 없었다.
두산 역시 이를 의식하고 있다. 김 단장은 "김유성과 이제부터 만나 차근차근 해결을 하려고 한다"며 "도움을 줄 부분이 있으면 주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용서를 받는 게 김유성이 내년 시즌 정상적으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두산은 이미 학폭 이슈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완 이영하가 선린인터넷고 재학 중 학교 폭력 가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타 구단도 이영하 문제가 걸려 있는 두산이 김유성을 지명한 부분에 놀라고 있는 분위기다.
이영하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는 하지만 항소 등으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여기에 김유성까지 품게 되면서 올가을 두산의 가장 큰 이슈는 계약이 만료되는 사령탑의 거취 문제나 선수단 구성 논의가 아닌 학교 폭력 논란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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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