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좌완 백정현의 승리에는 동료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정성이 담겨 있었다. 지난 1년간 마음고생이 컸을 백정현을 위해 '원팀'으로 뭉쳤고 모두 다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삼성은 3일 잠실 두산 베어스를 4-1로 꺾고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상태지만 주말을 맞아 3루 쪽 원정 응원석을 가득 메워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승리를 선물했다.
삼성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진만 감독 대행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까지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개인 13연패에 빠져 있는 선발투수 백정현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도록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
백정현은 올 시즌 18경기에 나와 12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23일 kt 위즈전 이후 1년 가까이 1군 공식 경기에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5번의 퀄리티 스타트가 있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등판 때마다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박진만 대행은 이 때문에 게임에 앞서 백정현의 호투를 간절하게 기원했다. 박 대행은 "나도 솔직히 경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라며 "백정현이 빨리 1승을 해서 짐을 내려놓고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령탑의 응원이 백정현에 전해진 듯 백정현은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타자들도 백정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3점을 얻어내 승리투수 요건을 안겨줬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강민호도 평소보다 더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 볼배합도 앞선 등판 때와 다르게 두산 타자들의 몸 쪽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고 직구도 포심만 고집하기보다 투심을 적절히 섞기로 했다.
강민호는 "백정현과 경기 전에 몸 쪽 승부를 많이 해보자고 얘기했는데 주효했던 것 같다"며 "우타자를 상대로 평소에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면 오늘은 슬라이더와 높낮이와 승부해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또 "백정현이 심적으로 힘들었을 거다. 이 1승을 계기로 앞으로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며 "경기가 끝난 뒤 고생했다고 말하면서 꼭 안아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경기 후반 대타로 출전해 쐐기점의 발판을 놨던 내야수 이원석도 백정현을 챙겼다.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공을 1루수 공민규에게 넘겨받아 백정현에게 전달했다.
백정현은 "승리구를 굳이 안 챙겨줘도 되는데 원석이 형이 굳이 와서 주고 가서 일단 받아두기는 했다"고 멋쩍어 하면서도 선배의 배려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