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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리그 4강, '이베리아 리그'가 된 배경

기사입력 2011.04.16 09:55 / 기사수정 2011.04.16 09:57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SL 벤피카, FC 포르투, SC 브라가(이상 포르투갈), 비야레알 CF(스페인). 유로파리그 4강에 진출한 클럽 리스트다. 포르투갈 클럽 3팀과 스페인 클럽 한 팀으로 이뤄진 올 시즌 유로파 리그 4강은 '이베리아 리그'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베리아 반도의 4팀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포르투는 8강에서 러시아 명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 무려 10골을 퍼부었고 포르투의 라이벌 벤피카는 네덜란드 최강 PSV 에인트호벤을 합계 성적에서 6-3으로 크게 이겼다.

스페인의 신흥강호 비야레알도 네덜란드 챔피언 FC 트벤테를 상대로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하며 두 경기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포르투갈의 4인자 브라가의 경우 우크라이나 명문 디나모 키예프에 고전했지만 뚝심있는 경기를 펼치며 원정 다득점에 앞서 4강에 진출했다.

사실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대표되는 이베리아의 두 나라는 21세기 들어 유로파리그(UEFA 컵 시절 포함)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동유럽의 '자원 자본' 축구에 밀리는 양상이 뚜렷했다. 그러나 이베리아 축구의 이러한 열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올시즌 유로파 리그에서 이베리아 축구의 강세는 포르투갈 클럽의 챔피언스리그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스페인 클럽 한 팀이 4강에 진출한 상황에서 포르투갈 클럽이 나머지 세 자리를 차지한 가장 큰 이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할 만한 포르투갈의 최강 팀들이 대거 유로파 리그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벤피카와 브라가가 출전한 포르투갈 리그는 무려 8년 만에 단 한 팀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두 팀 모두 조 3위에 머물렀는데 벤피카는 샬케와 리옹에 밀렸고 브라가는 샤흐타르와 아스널에 밀렸다. 비록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을 겪었지만 벤피카와 브라가는 유로파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클럽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팀 포르투는 처음부터 유로파 리그에서 시작을 했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리스 진출 실패의 충격으로 올 시즌 많은 준비를 해 왔다. 결국 대대적인 리빌딩으로 포르투는 자국 리그에서 '무적의 팀'으로 되돌아왔고 포르투의 '극강 행보'는 유로파 리그에서 그 위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이베리아 축구의 '유로파 리그 점령' 사건을 단순히 챔피언스리그 부진에 따른 '운'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스페인, 포르투갈 리그의 넓은 선수층과 높은 경쟁력, 선수들의 탄탄한 기본기, 여기에 선진 전술의 구사와 소화 등 많은 이유가 이들의 성공적인 행보를 거들었다. 

포르투갈 리그는 유망주 발굴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 리그 중 하나로 손꼽힐 뿐 아니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의 젊은 재능들이 유럽에 발을 내딛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한다. 또한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리그에 비해 선수들의 지명도는 낮을 지 몰라도 수준급 유망주들이 넓게 포진해 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좁고 확실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축한다. 덕분에 리그 후반기로 갈수록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높은 전술 완성도도 이베리아 축구의 성공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는 남아공월드컵의 스페인의 우승과 FC 바르셀로나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통해 동시대 축구 전술의 완성형이 되었다. 포르투갈 리그는 인접한 스페인의 축구 전술을 성공적으로 접목, 자신들 특유의 '촘촘한 수비조직력'을 입혀 포르투갈 리그를 프랑스 리그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리그로 성장케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의 뛰어난 적응력도 이베리아 축구의 '유로파 리그 점령'에 한 몫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클럽의 대다수 용병 선수들은 중남미 출신.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물론 이들의 정신력이 이베리아 클럽들에 '불굴의 의지'를 가져다 주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한 이들은 그라운드 컨디션이나 기후 등 생소한 환경을 맞이하는 원정 경기에서도 큰 기복이 없다. 다혈질 성격 탓에 경기를 망치는 일은 있어도 환경적인 생소함에 무너지는 경우는 '폭설', '혹한'을 제외하면 드물다고 봐도 좋다. 

체격 열세를 딛고 민첩한 움직임과 세밀한 플레이로 서유럽과 동유럽 클럽을 물리친 벤피카, 포르투, 브라가, 비야레알 등 4팀은 이베리아 축구의 우수성을 전 유럽에 각인시켰다. 이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뺀 이베리아 축구의 최강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안방싸움'이 남아 있을 뿐이다.

벤피카-브라가, 포르투-비야레알로 진행될 유로파 리그 4강전은 4월 29일과 5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5월 19일 더블린의 아비바 경기장에서 단판 승부로 펼쳐진다.    

[사진(C) UEFA 홈페이지] 

  



윤인섭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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