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배우 유소리는 ‘웃는 남자’에서 가녀리고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데아를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첫 주연을 맡은 그는 데아의 서사를 켜켜이 쌓아 극의 비극과 슬픔을 극대화한다.
“데아와 저와 많이 닮은 부분이 그 부분이에요. 몸이 강하지 않잖아요. 저도 약하고 항상 잔병치레가 많았어요. 최근에도 공연 중간에 대상포진이 왔어요. 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게 정신력이 강해서인 것 같아요. 속이 단단한 면이 비슷해요.”
1999년생으로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 유소리는 뮤지컬 ‘명성황후’ ‘프랑켄슈타인’에서 앙상블로 활동했다. 이번 ‘웃는 남자’에 캐스팅되며 대극장 뮤지컬의 여주인공으로 관객 앞에 화려하게 나섰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걸 보면서 내 말로 하고 내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제게는 처음으로 큰 무대이고 역사적인 공연이잖아요 그런 것에 의미가 컸고 많이 배웠어요. 어느 한 분 빼놓지 않고 훌륭한 선배님들이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배웠어요. 연기, 노래는 물론 배우로서도 너무 많이 배웠어요.”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웬플렌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박효신, 박은태, 박강현, 민영기, 양준모, 신영숙, 김소향 등 베테랑 배우들이 즐비하다.
“보면서 배우는 게 너무 컸어요. 직접적으로 알려주시진 않아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라며 팁을 알려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친구들에게 매일 돈 내고 연습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요.(웃음) 또래에 비해 쉽게 할 수 없는 많은 배움과 경험을 하게 됐어요.”
데아는 강인한 내면과 순백의 마음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영혼으로 그윈플렌을 바라보며 그를 보듬는다.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일 법한데, 앞이 안 보이는 데아의 특징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너무 힘들었던 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 있었어요. 상대방과 대화하면 맞장구를 잘 쳐주거든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는 거죠. 그런데 제가 무대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하하. 같이 본능적으로 끄떡인 거예요. 무의식에서 나온 행동, 습관이 무섭더라고요.
처음에는 하나하나 계산하면서 안 보려고 노력했는데 중반 정도 되면서부터 이게 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본질을 잊고 있던 느낌인 거예요. 데아는 앞을 안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것이고 들으려고 느끼려고 했을 텐데 나는 앞을 안 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크게 깨달았어요.
(박)강현 오빠는 제가 못 보니까 오빠가 저를 보려고 자세를 낮춰 맞춰주는데 동공이 앞에 보이는 거예요. (웃음) 들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신경이 쓰이진 않았어요.”
상대역 그윈플렌 역의 박효신, 박은태, 박강현과 애틋한 케미를 발산한다. 유소리는 “복 받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강현 오빠는 오빠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을 너무 잘해주세요. 로버트 요한슨 연출님이 그윈플렌과 데아가 느끼는 감정은 투명함이라고 하셨거든요. 거짓으로 감싸지 않고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이해했는데 강현 오빠에게 그게 너무 잘 느껴졌어요. 가면을 쓰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는 느낌이 들어 강현 오빠와 만나면 감정을 극대화하는 공연이 돼요.
(박)은태 오빠는 아버지이셔서 그런지 의지를 많이 하게 되는 데아가 되는 것 같아요. (박)효신 오빠는 은태 오빠와 반대로 제가 더 보듬어주고 의지할 수 있게 만들어줘요. 세 분 다 특징이 달라서 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새롭게 공연했어요.”
유소리는 맑고 청아한 음색을 자랑하며 ‘웃는 남자’의 넘버를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모든 장면을 공들였지만 ‘넌 내 삶의 전부’는 계속해서 연구된 장면이었어요. 지나면 지날수록 고민을 많이 한 장면이에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데아가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그웬플린이 데아를 계속 보듬어줬다면 처음으로 데아가 그윈플렌이 의지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보듬어들 수 있게 만든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무 위의 천사’는 손에 꼽는 어려움인 거 같아요. 힘을 내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은데 힘으로 부르고 내가 노력해서 낼 수 있는 노래가 아니거든요. 다른 건 힘을 내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은데 ‘나무 위의 천사’는 부드럽고 예쁘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느껴져야 해요. 제가 힘을 낸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 소리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편하게 부르려고 했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 박지영 기자, EMK엔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