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계의 숨은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청초하고 맑은 목소리와 섬세한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여주인공 데아 역으로 파격 발탁된 신인 배우 유소리 이야기다. 유소리는 시종 해사한 웃음과 솔직한 답변으로 러블리한 매력을 발산했다.
2개월 넘게 ‘웃는 남자’ 무대에 선 유소리는 “이 역할을 보낼 수 있을까”라며 감회에 젖었다.
“사실 초중반까지는 유소리로 있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끝이 다가오니 어느 순간 역할과 하나가 된 것 같고 지금은 이 역할을 보낼 수 있을까 해요. 다른 공연도 물론 다 소중했지만 ‘웃는 남자’는 유독 큰 의미가 많았던 작품이어서 각별해요. 처음인 게 많은 공연이었거든요. 끝나고도 잘 보낼 수 있을까 싶어요.
어제(18일)는 너무 슬펐어요. (박)효신 오빠와 (김)영주 언니 공연이 마지막이었는데 눈물이 너무 나는 거예요. 다행인 건 눈물이 딱 맞는 장면에서 터졌어요. 그윈플렌이 떠나갈 때 정말 효신 오빠가 떠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눈물은 강물에’에서 홀로서는 장면이 있는데 영주 언니의 손을 떠나 홀로 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변 분들도 다 같이 울어주셨고요. 영주 언니도 우신 건 처음이셨대요. 마음이 아팠어요.”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웬플렌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유소리는 오늘(22일) 낮 공연을 마지막으로 ‘웃는 남자’의 유종의 미를 거둔다.
“첫 공연은 (박)강현 오빠와 했어요. 강현 오빠는 무대에 많이 서셨고 ‘웃는 남자’도 많이 하셨잖아요. 심적으로 안정되신 분이 옆에 계셔 제가 생각한 것만큼은 많이 떨지는 않았어요.
지금 보면 첫 공연이 제일 완전하지도 않고 미숙한 상태였을 텐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보람차고 뿌듯할 수 없더라고요. 연습 기간 동안 많이 배우고 해 온 것을 처음 내보였는데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뿌듯하고 보람찼죠. 관객의 표를 헛되게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미숙했는데 왜 첫 공연을 만족해했을까 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연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더라고요.”
유소리가 맡은 데아는 아이처럼 순백의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강인한 내면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녔다. 영혼으로 그윈플렌(박효신, 박은태, 박강현)을 바라보며 그를 보듬는다.
“‘웃는 남자’ 초연, 재연을 다 봤지만 대본을 읽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소개에 나와 있는 글을 토대로 생각할 때 하얀 아이여야 했어요. 무지의 하얗다가 아니라 순백의,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하얀이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오디션 볼 때 그 부분을 가장 주력했어요.
공연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그게 다가 아닌 친구였어요. 빛을 보지는 못하지만 눈에 빛이 가득한 아이라는 소개가 있잖아요. 순수한 마음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유소리만의 데아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단다.
“데아를 보여드려야 하지만 데아를 통해 저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데아로서 유소리를 각인시켜드릴 수 있을까 했어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를 보여드리면 둘 다 충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아가 주변 인물과의 관계가 너무 중요한 인물이다 보니 사랑스러움을 보여드리면 저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 설명까지 가능할 것 같은 거예요. 왜 이 아이가 이렇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지 납득될 거 같아 그 부분에 주력했어요.”
그윈플렌을 향한 데아의 애틋함과 사랑, 상처와 아픔 등 감정의 굴곡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아직 살아온 삶이 짧지만 끝은 항상 눈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기뻐도, 화가 나도, 슬퍼도 눈물이 나는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했어요. 그윈플렌을 도와주거나 그사이에 속한 인물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감정적인 부분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생각한 눈물을 무기로 쓰면 좋을 것 같았죠. 눈물 안에서도 긍정의 눈물, 슬픔, 분노의 눈물로 나뉜 상태에서 무기로 쓰면 좋을 거 같아 그렇게 실천했어요. 격한 감정을 받아들이니 눈물은 그냥 저절로 나더라고요.”
1999년생으로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 유소리는 뮤지컬 ‘명성황후’ ‘프랑켄슈타인’에서 앙상블로 활동했다. 이어 이번 ‘웃는 남자’를 통해 대극장 뮤지컬의 여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발탁됐다.
“앙상블일 때도 커튼콜에 나가 박수를 받지만 온전히 저에게 집중된 박수가 아니거든요. 지금은 감사함과 막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언니 오빠들도 항상 마음에 안 들거나 실수하시면 오늘은 나갈 자격이 없다면서 커튼콜에 나가는 걸 죄송해하세요. 제가 잘못하고 실수하거나 교만하게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을 한번 더 느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