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장점이던 마운드는 붕괴됐고 설상가상으로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속출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롯데는 지난 7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0-14로 완패했다. 후반기 첫 위닝 시리즈 불발은 물론 외려 2연패에 빠지며 7위에서 8위로 추락했다. 5위 KIA 타이거즈와 격차가 7.5경기까지 벌어지면서 5강 다툼이 언감생심이 되어 가는 모양새다.
롯데는 지난달 22일 후반기 레이스 시작 후 3승 11패 1무로 10개 구단 중 꼴찌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최하위 한화가 6승 7패 1무로 5할에 가까운 승부를 펼치며 반등한 것과는 대비됐다. 전반기를 파죽의 4연승과 함께 KIA를 4경기 차까지 뒤쫓고 5위로 마감했던 상승세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발진 붕괴다. 후반기 시작 후 15경기 롯데 선발투수들의 팀 평균자책점은 8.38에 달한다. 리그 평균인 4.20에 턱 없이 못 미친다. 1선발 찰리 반즈가 3경기 3패 평균자책점 5.50,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3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7.47로 무너진 게 뼈아팠다. 원투펀치가 동반 부진에 빠지니 연승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여기에 뒤늦은 외국인 투수 교체로 선발 로테이션이 꼬였다. 지난 1일 글렌 스파크맨을 방출하고 지난 2년간 롯데에서 활약했던 댄 스트레일리를 재영입했지만 올스타 휴식기 전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파크맨은 후반기 2경기 6이닝 10실점(8자책)의 상처만 남긴 채 떠나게 됐다.
이대호, 안치홍 등 중심 타자들의 타격감이 주춤한 상황에서 정훈, 서준원, 정보근, 전준우, 김원중 등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코로나19 감염 이탈은 치명타였다. 라인업의 무게감이 크게 줄었고 게임 초반부터 상대팀에 승기를 넘겨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급격한 추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얇은 선수층이다. 후반기 들어 롯데의 뎁스가 얼마나 얇은 지는 여실히 증명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전력보강에 소홀했던 가운데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만 기대려 했던 전략은 적어도 올 시즌에는 완벽히 실패했다.
지난해 리그 최정상급 셋업맨으로 발돋움했던 3년차 최준용은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고 야수진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유망주도 외야수 황성빈 정도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다. 이학주, 박승욱 등 유격수 포지션 강화를 위해 데려온 선수들은 냉정히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NC로 떠난 손아섭을 대체할 우익수 역시 뚜렷한 주인이 없다. 컨디션에 따라 1년 내내 '돌려막기'가 진행 중이다.
결과론이지만 지난 시즌 종료 후 1군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던 베테랑 우완 노경은을 자유계약으로 풀어준 것 역시 독이 됐다. 젊은 투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결정이었겠지만 올 시즌 롯데에 노경은처럼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가 있었다면 마운드 운용에 더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노경은은 SSG에 새 둥지를 튼 뒤 16경기 52이닝 9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2.60로 선수 인생 황혼기에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롯데가 추구하는 팀 체질 개선과 핵심 유망주 육성 프로세스를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올 시즌 암흑기를 청산하고자 했다면 그에 걸맞은 투자는 어느 정도 이뤄졌어야 했다.
래리 서튼 감독이 지난해 지휘봉을 잡은 뒤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위닝 컬쳐'는 계획과 기대만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