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김강현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임대아파트’로 첫 각색과 연출에 도전했다.
그는 “잘되면 배우 덕이고 못했을 때는 연출의 탓이다. 책임을 지는 자리가 연출”이라고 이야기했다.
“배우들에게 연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어요. 흘러가듯 일상을 이야기하는 연극이거든요. 저 역시 ‘나 연출해야지’가 아니라 작품에 삐거덕거리는 부분이 있으면 맞추고 풀어진 곳이 있으면 조이는 역할을 하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욕심을 부리거나 호흡을 잘 못 찾아가는 배우들도 뒤에서 봐주는 사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연극 ‘임대아파트’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청춘들이 임대아파트에서 초현실적인 일들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성일, 동현배, 고은민, 김소라, 한서준, 심태영, 김소이, 박소희, 공현지, 안예인이 출연하고 있다.
“단역만 하는 친구들이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런 판을 짜주고 싶었어요. 지금 당장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배우들은 이런 판을 깔기 힘들잖아요. ‘임대아파트’라는 좋은 작품 있으니 해보자 했고 후배들을 위해 몇 개월간 애를 쓴 것 같아요.”
배우들은 이질감 없는 연기로 극에 녹아든다. 김강현은 “배우들의 연기보다 열정을 봤다”며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박성일 배우는 4년 전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생업 때문에 하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용기를 내더라고요. 옛날부터 알고 지낸 동생인데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았어요. 동현배 배우는 추천을 받았어요. 대학생 역할에 괜찮을 것 같아 만났는데 얼굴이 주인공을 해야 할 얼굴이더라고요. 현배에게 ‘넌 주인공 해야겠다’고 말했죠.
김소라 배우는 전에 영화를 찍은 적 있어 연극 제안을 했는데 하고 싶어 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어요. 고은민 배우는 드라마 ‘18 어게인’ 때 인상적으로 봤고 초연 때의 여배우와 많이 닮아 있었죠. 한서준, 심태영 배우는 젊어서 내공은 부족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김소이 배우는 배역과 나이 차이가 났지만 동안이어서 유까 역을 이질감 없이 연기해줘요. 박소희 배우 역시 일본어 연기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잘해주고 있죠.”
지금은 무명 배우이지만 언젠가 유명한 배우가 되리라는 꿈을 꾸는 윤정호와 오랜 연인인 재생을 바라보며 현실과 사랑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는 윤정현, 미래가 두렵지 않은 MZ세대 윤정수 3남매가 나온다.
정호의 오랜 친구이자 매일 영화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는 감독 지망생 홍재생, 그리고 이들의 연인들의 일상 같은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낸다.
배우 겸 연출가 김강현의 청춘은 어땠을까.
“30대 중반까지 가난했고 낭만도 없었어요. 오로지 가난만 있어 기억나는 청춘이 없어요. 연기를 알게 되고 서른 살에 ‘연기 잘했다, 배우 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일 기뻤어요. 그 작품이 ‘춘천 거기’였는데 그다음부터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어요. 지금도 안 가난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하는데 저는 걱정해주시라고 말하곤 해요.”(웃음)
2000년 연극 '총각파티'로 데뷔한 김강현은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데뷔 23년 차인 김강현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잘 왔다고 느낀다”라고 털어놓았다.
“‘복면가왕’에 나갔을 때 목소리 때문에 정체를 들켰거든요. 목소리가 특이해서 감독님들에게 '그 목소리와 얼굴로 배우 하려고 하냐'는 핀잔을 들었는데 목소리만으로 누구인지 알아봐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강현은 한길을 꾸준히 달려왔다. 앞으로도 도전을 이어가며 좋은 배우라는 목표를 위해 전진할 계획이다.
“도전하는 걸 좋아해 연극 ‘임대아파트’로 연출도 도전했어요. 배우 말고 다른 일을 해볼 생각도 있어요. 다음 작품은 웹 영화 ‘800억 소년’인데 악역이에요. 내년에도 또 센 캐릭터를 연기할 것 같아요. 노숙자부터 시작해서 악역이 되는 시놉 내용만 들은 상태인데 살을 빼서 옛날로 돌아가 볼까 생각하고 있죠. ‘별에서 온 그대’ 정도만 빼도 괜찮지 않을까 해요.
좋은 배우가 되지 못할 바에는 좋은 사람이 되자 했는데 좋은 사람도 못된 것 같더라고요. 인성을 더 키워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잘못 안 하고 실수 안 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