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숨터뷰'는 음악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 전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입니다. 관객들과 아티스트들의 '숨'으로 가득찬 음악 산업 현장, 그 속에서 뜨거운 열정을 안고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음악 산업은 글로벌한 규모로 커지고 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음악 창작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저작권 전문가'의 노력과 고민 역시 날로 더해가는 중이다.
엑스포츠뉴스의 '숨터뷰' 일곱 번째 주인공은 리웨이 뮤직앤미디어(LEEWAY Music & Media, 이하 리웨이) 이지형 대표다. 그는 지난 2007년 리웨이를 설립해 국내외 작사·작곡가(이하 작가) 매니지먼트부터 각종 영상 매체 음악 제작 및 라이센싱, 음반 제작 및 디지털 음원 유통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음악 회사를 이끌고 있다.
◆ 뮤직 비즈니스의 흐름을 읽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초반 아티스트 발굴부터 음반 기획 및 제작, 유통과 홍보, 마케팅 등 뮤직 비즈니스 전반을 주로 진행했다. 적은 비용으로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 콘텐츠의 장점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여러 현장 경험을 무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던 그는 뮤직 비즈니스의 흐름 속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것은 바로 '저작권'의 중요성.
저작권(著作權)의 사전적 의미는 문학·예술·학술에 속하는 창작물에 대해 저작자나 그 권리 승계인이 행사하는 배타적·독점적 권리다. 이 대표는 드라마, 영화, 광고 속 음악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지켜주고, 저작물을 누구나 쉽고 공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 공부에 집중했다.
"어떠한 음악 일을 하든 항상 마지막 순간에는 저작권에 관한 이슈와 부딪히게 됐어요. 단순히 현장에서 얻은 날것의 실무 경험만으로는 저작권 이슈를 해결하기 어려웠죠. 이때부터 저작권법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음악 저작권 산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법이 그 안의 골격을 이루고 있죠. 업무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저작권 법률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 음악 저작권 전문가로 자리잡기까지
본격적으로 음악출판업(music publishing) 업무를 중점적으로 저작권의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된 이 대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드라마, 영화 음악 시장에서 저작권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저작권 산업 시장에 기회의 바람이 불었다.
시장의 가능성과 비전을 읽은 그는 뮤직 카피라이트 슈퍼바이져(Music Copyright Supervisor, 이하 MCS), 즉 음악 저작물에 대한 정확한 일 처리와 안전한 관리 전문 인력으로서 활약을 펼쳤다.
국내외 굵직한 뮤지션들의 저작권 관리부터 다양한 플랫폼의 영상 작품의 음악 작업을 수행하며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그렇게 십 여 년을 구축해온 실무 경험과 저작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는 그의 길을 따라 걷는 후배 MCS 포지션의 직원들을 서포트 중이다.
"국내 MCS가 많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됐을 때 리웨이보다 더 좋은 회사에서 모셔갈 것'이라고 이야기해줘요. 그 만큼 MCS는 매력적이고, 앞으로 음악 저작권 관리에 대한 니즈가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남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터. 이 대표는 리웨이가 만들어가는 길들이 좋은 선례가 되어 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법이 있어도 현장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볼 때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고, 적용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죠. 이럴 때 우리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자연스럽게 관습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저작권 침해, 그 날 선 시선
음악 업계에서의 '표절' 시비, 즉 '저작권 침해' 분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크게 불거진 '표절' 논란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음악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날 선 시선은 거둬야한다 강조했다.
"요즘의 뮤지션들은 어떤 곡을 쓸 때 이전에 나온 멜로디는 아닌지 확인을 하고 피해서 써야 해요. 그저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창작한 곡인데도 기존에 유사한 곡은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죠. 과연 좋은 현상인지 안타까워요."
이 대표는 전형적인 코드 진행이나 익숙한 멜로디를 피해서 새로운 곡을 창작해야만 한다면 이는 일종의 기득권이라고 꼬집었다. 뮤지션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이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음악 콘텐츠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뮤지션들이 표절 논란 때문에 위축된 상태로 창작 활동을 하게 되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워지죠. 이로 인해 좋은 곡이 많이 나오지 못 한다면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아쉬움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또 이 대표는 대중들의 잣대로 평가하는 '표절'은 세간의 평일뿐, 실제 법원 판례를 보면 90%가 저작권 침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표절' 의혹은 벗을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얻는 마음의 상처와 실추된 명예는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흔히 '표절인 것 같아'라고 말하는 곡들도 실제 법원에 가보면 표절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말 그대로 세간의 평인 거죠.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다 거치고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힘들고 지치겠어요."
◆ 창작의 자유,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
현재 이 대표는 여러 대학 및 대학원 등에서 음악 저작권 관련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음악 산업 여러 분야에서 저작권 이슈가 늘 발생하는 만큼 예비 뮤지션들뿐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 역시 흐름을 이해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 혹은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워낙 다이내믹하잖아요. 갑자기 부당한 상황에 처하게 됐을 때 저작권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다면 충분히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죠."
이 대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온라인 교육 과정 등을 추천하며 저작권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대학 교육 과정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예비 뮤지션들과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커리큘럼 편성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대학에 실용음악과가 많지만, 전공 학생들 모두가 뮤지션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중에는 음악 산업에서 일하는 이들도 많을 텐데 보다 실무적인 부분이 학습되어 사회에 나온다면 빠르게 현장 업무에도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대표는 리웨이가 남기는 수많은 저작권 관련 선례들을 통해 음악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더해졌을 때 바람직한 성장이 이뤄질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집단지성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는 이 대표다.
"저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 선배의 위치가 되다 보니까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느껴지기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유하며 산업이 커져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늘어나는 플랫폼 속에서 리웨이만의 선례를 만들어 나갈 테니, 이를 참고해서 집단지성이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사진=리웨이뮤직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