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30 23:17 / 기사수정 2007.10.30 23:17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야구는 무엇보다 분업이 철저하게 나누어진 스포츠 종목이다. 투수와 타격, 수비 그리고 주루 등, 모든 부분이 분업화되어있고 전문 코치가 각 파트로 나누어 존재한다. 이렇게 분리되어진 야구의 요소들이 균형 있게 짜여 있으며, 감독의 역량으로 인해 조화롭게 팀 전력으로 완성되면 바로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가장 의외성이 많이 나타나는 종목도 야구이다. 아무리 전력이 우위를 가진 팀이라 할지라도 공,수,주 등의 부분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양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야구에서 최강 팀이 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해마다 같은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최근 들어서는 90년대 후반 뉴욕 양키스가 공, 수, 주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팀답게 3연속 우승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단골손님으로 초대되었다. 그러나 양키스를 제외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은 매해 차이가 있었고 양키스처럼 지속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팀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양키스의 뒤를 이을 절대 강팀이 새롭게 부상했다. 그 팀은 일부에서는 ‘새로운 악의 제국’이란 평까지 듣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이다. 내셔널리그 우승팀인 콜로라도 로키스에 비해 우세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거침없는 4연승의 행진을 펼치며 200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4:3으로 이긴 4차전의 경기내용을 보면, 3연승을 거둔 3차전까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변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야구에서 탄탄한 전력 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보스턴의 우승원인 - 분업화된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준 선수들. 그리고 프랑코나 감독의 조화 능력.
만약 보스턴이 투수나 타선, 그리고 수비 등의 일부분에서 미세한 구멍을 보였다면 적어도 콜로라도가 스윕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시리즈에서의 보스턴은 그야말로 노리고 들어갈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선발 투수인 조시 베켓 - 커트 실링 - 마쓰자카 다이스케 - 존 레스터는 모두 퀄리티 피칭을 보여줬고 비록 불펜 투수인 오카지마 히데키는 3차전과 4차전에 홈런을 허용하며 추격의 불씨를 남겼지만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레드삭스의 불펜진은 막강했다.
기본적으로 선발투수와 구원투수들 간의 피칭이 선전을 보였었고 보스턴이 점수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수비진 교체는 적절하게 작용했다. 깊은 외야 플라이가 나올수록 교체돼서 들어가거나 수비 위치를 옮긴 코코 크리스프와 자코비 엘스버리는 호수비를 보여줬었다.
또한, 믿음직한 타선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해주었다. 선취점을 내야할 상황이 오면 주저 없이 그것을 실천하였으며 로키스가 조금이라도 따라올 낌새가 보이면 재빨리 도망가는 스코어링 능력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바로 팀 타선의 고른 조화가 이루어진 모습이었으며 거기에 적절한 주루와 상대방의 실책을 적절히 이용하는 두뇌 플레이도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월드시리즈 3차전까지 레드삭스는 홈런 없이 25득점을 올리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점수를 낼 상황은 언제든지 오지만 그것을 살리는 것은 바로 팀의 스코어링 능력에 달려있다. 또한, 여기서 점수를 뽑아내는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철칙에 보스턴은 너무나 충실한 팀이었고 위기의 상황에서 실속 없는 큰 스윙을 보인 로키스는 시리즈 4차전 동안 단 한 번의 스코어 리드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또한,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과 신진들의 조화가 돋보였던 레드삭스의 조직력도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에이스인 조시 베켓과 함께 마운드를 지켰던 수호신인 커트 실링의 존재는 상당한 것이었다.
만약 아무리 베켓이 극강의 피칭을 보인다고 해도 그 뒤를 받쳐주는 실링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포스트시즌을 보스턴은 치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백전노장 실링은 특유의 노련함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그 뒷문을 단단히 지킨 것은 이제 메이저리그 2년차의 젊은 클로저인 조너선 파펠본이었다.
타선에서는 올 신인왕으로 유력한 저스틴 페드로이아의 활약이 눈부셨다.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최대의 난코스였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ALCS 7차전에서,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 통렬한 투런을 날렸으며 월드시리즈에서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해내, 뒤를 잇는 베테랑 타점머신인 데이비드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스, 그리고 마이크 로웰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그에 반해 로키스의 정신적 지주이자 라커룸의 리더인 토드 헬튼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팀의 팜에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은 거침없었던 연승행진이 깨지자 이내 위축된 모습을 보였고, 위기상황에서 재도약하는 신중함은 결여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투수력과 타력, 그리고 수비와 주루 플레이등 야구에서 필요한 모든 세부적인 부분에서 우위를 보인 보스턴을 콜로라도가 이기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많은 야구팬이 염원한 팽팽한 승부가 이루어지려면, 로키스가 위에서 언급한 부분 중 적어도 한 부분에서는 우위를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서 열세를 보인 로키스는 끝내 1승도 거두지 못했으며 월드시리즈 진출이란 성과로 만족해야만 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력의 우위를 지키고 야구에서 많이 일어나는 의외성을 용납하지 않으려면 상대편에 비해 투타와 수비에 걸친 모든 부분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러한 전력을 조직력으로 탄탄하게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이 부분을 성공적으로 완성해 냈다. 그리고 결과는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일방적으로 끝난 것에 대해 조금은 아쉬워할 팬들도 있겠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의 활약을 보여준 보스턴 레드삭스의 모든 선수들은 샴페인 세례를 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1998년에서 2000까지 3연패를 이룩한 뉴욕 양키스의 막강한 자취는 2007년인 현재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최대 라이벌 팀인 보스턴 레드삭스에게서 보이고 있다. 또한, 팀 선수들의 계약 건을 봤을 때, 커트 실링과 마이크 로웰을 제외한 지금의 멤버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004년 86년 만에 우승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제 밤비노의 저주란 징크스를 탈출한 것을 넘어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내년에도 이어질 그들의 모습과 이제 보스턴에게 도전하는 새로운 다크호스가 어느 팀이 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사진=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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