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와의 사직 홈 경기에서 0-23으로 무릎을 꿇는 치욕을 당했다. KBO리그 한 경기 최다 점수 차 패배의 불명예를 쓰면서 한주를 마감했다.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이 족족 난타 당하고 타선 침묵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선발투수로 나섰던 글렌 스파크맨이었다. 스파크맨이 3이닝 9피안타 1볼넷 5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KIA 쪽으로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스파크맨의 올 시즌 성적은 18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5.29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14일 한화전에서 6이닝 5실점을 기록한 뒤 열흘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후반기를 맞았지만 반등은 없었다.
스파크맨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전혀 제 몫을 못했다. 퀄리티스타트는 5회뿐이었고 선발 평균 이닝은 4⅓이닝으로 리그 평균(5이닝)에 못 미친다. 피안타율은 0.288, 9이닝당 볼넷 허용 4.63 등 구위, 제구 모두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퇴출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롯데는 사실상 스파크맨을 끝까지 안고 가는 결정을 내렸다. 서튼 감독은 스파크맨이 부진할 때마다 "구위는 나쁘지 않다"거나 "이닝 초반 투구 내용은 괜찮았다" 등 꾸준히 믿음을 보였다. 종종 안정적인 피칭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지만 쓴소리는 거의 없었다.
서튼 감독은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도 스파크맨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스파크맨이 (24일 경기에서) 질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져줬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계속 안타로 연결됐고 KIA의 분위기를 막을 수 없었다"며 "물론 야구에서 결과가 중요하지만 스파크맨이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는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고 감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건 가치와 기량을 증명하고 팀을 최대한 많이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성장과 발전은 김진욱 등 팀 내 유망주 투수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옵션 포함 총액 80만 달러(약 10억 5000만 원)를 투자한 선수에게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롯데는 최근 4연패로 5위 KIA와의 격차가 7경기까지 벌어졌다. 승패마진 '-10'으로 정규시즌 잔여 55경기에서 5할 승률 회복도 장담하기 어렵다.
찰리 반즈, 박세웅 원투펀치와 커리어 첫 10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인복이 선발진을 이끌어 주고는 있지만 스파크맨이 80만 달러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롯데의 가을야구가 올해도 무산될 경우 스파크맨의 성장과 발전에 만족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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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