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4.11 07:36 / 기사수정 2011.04.11 09:43
프로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남자부 결승전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맞대결로 진행됐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16승 14패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해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 그리고 대한항공을 차례로 누르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삼성화재의 가빈은 챔피언결정전 4경기 동안 홀로 192득점을 올렸다. 매 경기 70%에 육박했고 마지막 4차전은 79%에 이르렀다. 10번의 공격 중, 홀로 8개를 쳤다는 엄청난 수치가 나온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배구를 위해 삼성화재가 펼친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가빈의 '몰빵 배구'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삼성화재의 숨겨진 조직력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의 여오현과 고희진, 그리고 가빈이 만들어낸 투혼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배구의 미래를 봤을 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존재한다.
삼성화재가 가빈을 앞세운 조직력의 팀이었다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은 공격력의 팀이었다. 김학민과 신영수, 그리고 에반이라는 높이와 파워를 동시에 갖춘 공격수를 3명이나 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플레이를 잘 살려주는 세터 한선수가 있었고 곽승석이라는 패기 넘치는 신인이 팀의 궂은 일을 담당해줬다.
전력분석관에서 다시 선수로 복귀한 이영택은 한층 노련해져 있었다. 여기에 여오현에 버금가는 최부식이라는 리베로까지 버티고 있었다. 선수 구성을 세세히 따져볼 때, 대한항공은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빈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정신력과 집중력 싸움에서도 패배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대한항공이 우위에 있었지만 삼성화재를 뛰어넘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있었다.
'돌도사' 석진욱이 올 시즌 팀에서 뛰지 못했지만 기본기에서 삼성화재는 여전히 리그 최강의 위치에 있었다. 가빈의 높이와 파워는 대단했지만 이를 충분하게 살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삼성화재는 갖추고 있었다. 삼성화재는 전 구단을 통틀어 2단 연결이 가장 좋은 팀이다.
디그로 걷어 올린 볼을 안정되게 공격수에게 올려주는 시스템에서 삼성화재를 따라올 팀이 없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비로 살린 볼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확률에서 가빈이 이길 수 있었다. 에반과 김학민, 그리고 신영수는 나쁜 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큰 경기를 처음으로 치르는 심적인 부담도 문제가 됐지만 2단 연결이 삼성화재보다 매끄럽지 못한 점이 컸다. 삼성화재의 전 선수는 모두 토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 브라질 배구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위치에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선수들이 어느 상황에서도 토스를 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올 시즌 삼성화재의 아킬레스건은 석진욱이 빠진 자리였다. 여오현과 함께 리시브를 해줄 선수가 부족했고 이를 대신한 김정훈은 삼성화재의 '구멍'이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신으뜸이 이 역할을 충분히 해주면서 삼성화재의 전력은 급상승했다.
이번에도 타 팀들은 지난 수년 동안 삼성화재가 추구한 배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높이와 공격력을 앞세워 삼성화재와 맞섰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세운 4승 1패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삼성화재의 주장 고희진은 "LIG 손해보험과의 3차전이 우승을 위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LIG손해보험의 페피치는 가빈에 버금가는 공격력을 펼치며 삼성화재를 위협했다. 만약, 김요한과 이경수가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LIG의 선전도 기대할 수 있었다.
삼성화재가 추구하는 배구는 존중을 받아야 된다. 하지만, 모든 팀들이 따라해야할 정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세계의 배구를 한국 배구도 따라가야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안정된 2단연결과 끈끈한 수비는 다른 팀들이 갖춰야 될 요소이다.
빠른 배구를 펼치기 위해서는 안정된 리시브가 이뤄져야하고 이를 토스할 수 있는 세터도 필요하다. 가빈의 화려한 플레이에 가려졌지만 유광우와 한선수의 세터 대결도 이번 시리즈에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발목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플레이를 책임 진 유광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빈의 공격력이 살아날 수 있었다.
2단 연결 등 기본기의 중요성과 뛰어난 세터를 양성하는 점이 삼성화재의 배구를 극복할 수 있는 첫 번째 요소이다.
[사진 = 가빈, 삼성화재, 대한항공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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