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김현정 엑스포츠뉴스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이주의 작품= 창작 뮤지컬 ‘유진과 유진’
이금이 작가가 쓴 청소년 소설 ‘유진과 유진’을 원작으로 한다. 유진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인물의 이야기. 뮤지컬 조연출로 활동하던 김솔지 작가의 작가 데뷔작이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두 유진을 통해 풀어낸다. 나아가 가족이 느끼고 겪어야 했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공감과 위로를 준다. 지난해 초연한 뒤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는 등 호평을 얻고 재연으로 돌아왔다.
언제= 8월 28일까지
누구= 강지혜, 이상아, 홍나현, 이아진, 임찬민, 윤진솔, 정우연, 송영미
어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
러닝타임= 100분
요약=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두 유진은 어린 시절 유치원 원장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서로 다른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을 거친다. 새 학년이 돼 유진과 유진은 한반에 배치되는데 큰 유진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달리 작은 유진은 그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큰 유진은 공부는 못하지만 털털하고 발랄하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휴대전화도 사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속상해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하는 사춘기 소녀다. 작은 유진은 전교 1등 모범생으로 차분하고 새침하고 어딘가 어두운 소녀다. 삭제당한 기억을 찾고 혼란스러워하다 일탈을 감행한다.
관전 포인트= 많이 압축됐지만 원작의 중요한 에피소드를 충실하게 담아낸다. 소설을 먼저 읽고 뮤지컬을 보면 더 풍성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원작 소설은 이금이 작가의 딸이 실제로 겪었던 일을 소재로 했다.)
뮤지컬은 소설보다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다. 대신 열린 결말로 끝난 소설과 달리 30대가 된 두 유진을 비추며 더 희망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배우 두 명만 나오는 2인극이다. 강지혜와 윤진솔은 큰 유진, 작은 유진의 감정선을 잘 녹여낸다. (교복도 잘 어울린다.)
(큰 유진의 친구 소라가 뮤지컬에도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두 유진의 엄마는 인형으로 등장한다.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은 인형을 들고 서로의 엄마를 대신 연기한다. 후반 두 유진은 자기 엄마 역할을 스스로 맡는다. 두 엄마의 진짜 속내가 드러나고 두 유진 역시 그런 엄마를 비로소 이해한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더 이해하면 괴로웠던 게 자기 잘못인 것처럼 느껴질까봐 두려워한다.
성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두 유진, 그리고 이들의 엄마가 겪어온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도 엿보게 한다. 청소년상담소 소장인 건우 엄마는 성폭력 사건 당시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줬지만 속으로는 아들이 ’그런 애‘와 교제하는 걸 싫어하는 위선을 보인다.
“네 잘못이 아니야”, “미친개에게 물린 게 왜 우리 잘못이야.”
독특하고 진한 색깔을 담아낸 노래로 사랑받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이 작품으로 뮤지컬 작곡가로 데뷔했다.
‘손 내밀어’, ‘너를 봤어’, ‘상상 속 괴물’, ‘상상 속 괴물’, ‘수학여행’, ‘미운오리새끼’, ‘아무 일’, ‘내일’, ‘탈출’, ‘잊는다고 없던 일이’ 등 개성 강한 넘버가 특기다. 안예은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수자·약자 문제에는 계속 관심을 갖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아노와 첼로로만 진행됨에도 극의 분위기를 나타내기에 모자라지 않다. (연주자의 뜻밖의 극 중 개입도 관전포인트.)
한 줄 감상= 상반된 두 유진, 또 두 유진 엄마의 마음 모두 공감돼 코끝이 찡해진다.
사진= 뮤지컬 유진과 유진 (낭만바리게이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