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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의 숨터뷰⑥] 최인영 교수 "창작 안무에 대한 존중 필요해" (엑:스피디아)

기사입력 2022.07.22 12:10



'김예나의 숨터뷰'는 음악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 전하는 엑스포츠뉴스만의 기획 인터뷰입니다. 관객들과 아티스트들의 '숨'으로 가득찬 음악 산업 현장, 그 속에서 뜨거운 열정을 안고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춤, 그 무언의 강렬한 아우라가 온몸에 전율을 안긴다. 

엑스포츠뉴스는 '숨터뷰'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최인영 안무가 겸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를 만났다. 20년 이상의 베테랑 안무가인 최인영 교수는 아이돌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방송 댄스 씬의 역사를 다져나가는 중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이라면 

최 교수가 방송 댄스 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 시기는 스무 살 후반 무렵, 무대에 올라 춤출 수만 있다면 춥고 배고파도 문제 될 게 없던 시절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로 밤을 지새우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른 아침부터 수업을 들을 때에도 그저 춤이라면 행복했다. 

"대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지만 방송 댄스를 시작하면서 다른 스타일의 춤에 빠지게 됐어요. 당시 프리랜서 댄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댄스팀부터 방송국 무용단, 캐릭터 인형 아르바이트까지 춤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본 것 같아요." 



그때 그 시절, 춤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최 교수 삶의 원동력이었다. 춤의 기본은 체력이라는 생각에 하루 14시간씩 춤을 추며 체력을 단련했다. 안무가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로 실력을 쌓고, 내공을 키웠다. 

최 교수는 춤에 대한 비전을 갖고 계속해서 달려 왔다. 누구보다 춤을 사랑했고, 의지가 강했다. 

"제자들에게 항상 '다양한 춤을 다 시도해보라'고 이야기해요. 각자 정해진 전공은 있지만 여러 스타일의 춤을 다 접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 수록 좋아하는 스타일도 달라지죠. 좋아하는 춤을 즐기며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가야 해요." 



◆ 꿈을 향한 여정, 이를 지지하는 마음 

최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K팝 계열·실용무용예술계열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배움의 길에 들어선 이유도 제각각일 터. 이들의 선배이자 지도자인 최 교수는 실력과 재능을 갖춘 학생들을 이끄는 책임감이 남다르다.  

"신입생 면접 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답변이 다양해요.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다가 안무가가 되겠다는 뚜렷한 꿈을 갖고 나온 학생들부터 아이돌이 돼서 돈을 벌고 싶다는 학생들까지 모두 다르죠."

"실력이 좋고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려 해요. 졸업생들 중에 저와 잘 맞는 학생들은 지금까지도 일을 함께하기도 하고요. 허황된 꿈만 가지면 쉽게 지치고 힘들어하기 마련이지만 좋아하는 꿈을 향해 달린다면 훌륭한 안무가로 살아남게 되는 것 같아요." 



◆ '스우파' 열풍, 이면의 숙제 

지난해 큰 화제를 불러모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영향으로 안무가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인기가 높아졌다. 최 교수는 안무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편협된 시선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  

"'스우파'의 인기로 댄스 씬이 활기를 띠고 분위기가 고조돼서 좋아요. 이전보다 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안무가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죠. 유명해져야 몸값이 올라가는 게 현실이고요." 

"'스우파'가 씬의 전부는 아니에요. '스우파'에 출연하지 않은 안무가들 중에 실력 좋고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분들도 많죠. 지금의 인기에 이어 안무가가 어떤 춤을 만들고, 어떤 가수와 협업했는지 관심을 조금 더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 안무가의 자부심, 여전한 고민 

최 교수는 현재 가수 박군과 정수라의 전속 안무팀을 이끌고 있다. 수많은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오랜 내공을 쌓아온 최 교수는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신곡에 어울리는 안무를 탄생시킨다. 

"트로트 곡은 어르신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가 중요해요. 저를 믿고 맡겨주신 만큼 박군에게 잘 어울리고, 좋은 퀄리티의 안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죠. 또 제 이름을 내건 안무를 만드는 것은 안무가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최 교수와 함께하는 팀원들 역시 다양한 무대를 통해 안무가로서 프라이드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도. 기존 전속 활동 외에도 가수 임영웅 콘서트에 지원 사격을 나가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최근 임영웅 콘서트 안무의 총괄을 맡고 있는 홍경희 무용단에서 지원을 요청 받아 팀원들이 투입 됐어요. 아무래도 큰 무대 경험을 가지면 팀원들의 프라이드가 높아지죠. 코로나19로 한동안 무대 기회가 적었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최 교수는 '한잔해'부터 '유턴하지마'까지 박군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항상 밝고 유쾌한 에너지의 박군은 최 교수에게 각별한 아티스트다. 

"박군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람 좋아하고 에너지가 넘쳤어요. 결혼도 하고, 스케줄이 더 많아졌는데 항상 밝고 유쾌해요. 지방 공연이 있어서 함께 이동할 때면 와이프(한영)와 통화하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예전보다 더 에너지가 생긴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 방송 댄스 씬의 발전을 위해 

최 교수는 후배를 양성하는 교육자이자 댄스팀을 이끄는 단장으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동시에 방송 댄스를 주제로 논문을 준비 중이다. 방송 댄스에 대한 개념부터 역사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씬 내에서도 혼동하기 쉬운 부분을 바로 잡겠다는 각오다. 

"사실 방송 댄스는 우리나라에서만 흔히 사용하는 용어에요. 해외에서는 방송 댄스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죠. 춤의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방송을 매개로 삼는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방송 댄스를 주제로 한 국내 선행연구 사례가 없어서 쉽지는 않아요. 아직 방송 댄스 씬의 정립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아니죠. 하지만 방송 댄스 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논문을 꼭 완성해볼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알게 모르게 이뤄지는 안무 표절 논란과 안무비 미지급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 최 교수다. 최근 여러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콘서트에서 과거 자신이 창작한 안무를 그대로 도용한 팀이 무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2022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너무 참담했어요. 표절 시비는 종종 일어나지만 여전히 안무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죠. 다른 안무가의 창작 콘텐츠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보다 안무가들의 페이가 올랐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과거에는 말도 없이 안무비를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죠.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무비를 못 받기 일쑤였죠. 안무비 미지급 문제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후배들을 위한 진심 

20년 이상 안무가로 활약을 이어온 최 교수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꾸준하게 자기관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찾아오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저 춤이 좋아서 열심히 활동할 때는 너무 행복하죠. 그런데 20대, 30대 때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몸을 쓰다 보면 40대 때부터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요. 저 역시도 어린 시절 선배들이 '몸 관리 잘해라' '영양제 잘 먹어라'는 말을 들으며 자신있다고 했는데, 나이를 먹으며 점점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죠." 

끝으로 최 교수는 어떤 일이든지 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력을 따지기보다 자신이 얼마나 춤을 좋아하고 즐기는가를 살펴봐야한다고 했다. 

"춤을 잘 추고, 못 춘다는 기준에 연연하지 말고 도전을 해본 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즐기는지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해요. 그 다음에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실력을 키우면 되겠죠. 춤이 좋다면 무조건 도전해 보세요. 응원합니다." 

사진=최인영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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