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내가 많이 받는 것보다 후배들이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흥국생명 복귀가 발표된 지난달 중순. 온라인상에서는 김연경이 2022-2023 시즌 받게 될 보수 총액 7억 원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뜨거웠다.
여자부 샐러리캡은 총 23억 원으로 남자부 58억 1000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김연경의 경우 중국, 터키에서 뛰며 1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연봉 삭감을 감수하고 국내로 돌아온 셈이다.
여자 배구는 국제대회 호성적을 바탕으로 인기가 치솟고 제7구단 창단까지 이어졌지만 샐러리캡은 남자부와 여전히 격차가 크다. V리그 최고 센터 현대건설 양효진의 경우 FA 자격을 얻은 뒤 샐러리캡 영향으로 원 소속팀 잔류를 위해 연봉을 깎아야만 했다.
김연경도 지난 8일 홍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샐러리캡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놨다. "여자부와 남자부의 차이가 큰 건 사실"이라고 운을 뗀 뒤 "7개 구단의 생각이 어떻고 예산이 얼마나 다를지 잘 모르지만 선수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다만 현재 V리그의 여건이 자신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2000년대 중반보다 훨씬 개선됐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면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자배구는 지난 1년간 급속도로 인기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의 과거 학교 폭력 논란과 팀 무단 이탈 등 팬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김연경은 "내가 시작했을 때보다 조건, 환경이 다 좋아졌지만 더 좋아졌으면 한다"며 "선수들에게도 책임감이 주어지는 게 있다. 앞으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고 샐러리캡 문제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이 조금 더 도전 정신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내비쳤다. 리빌딩 과정에 있는 여자대표팀이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12경기 전패로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능력 있는 선수들이 해외에서 경험을 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건넸다.
V리그는 김연경 이후 해외 주요리그로 도전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주 공격을 외국인 선수들에게 맡기면서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후 공백을 절감하고 있다.
김연경은 "대표팀이 이번 VNL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마무리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긍정적이다. 모든 분들에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도 "태국과의 경기를 봤는데 태국은 리그 수준이 높지 않아 주전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는데 선진 배구를 경험하고 대표팀에서 뭉치니까 강한 팀이 된다"고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또 "V리그 규정상 5시즌을 뛰어야 FA가 되는데 선수들이 연봉이 올라가다 보니 그때는 해외 진출하려고 하면 고액 연봉자가 된다. 반대로 해외에서 보면 신인이니까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며 "제도를 바꾸기 쉽지 않으니까 구단 차원에서 선수 육성을 위해 조금 풀어주고 선수가 선진 배구를 배우고 나처럼 국내로 돌아와 뛴다면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