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22 18:54 / 기사수정 2007.10.22 18:54
(사진 - ALCS 7차전 선발로 나올 보스턴의 마쓰자카 다이스케)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금 보스턴은 2004년 이후, 3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바라는 팬들의 염원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리고 오하이오 주의 클리블랜드 시 역시 97년 월드시리즈 진출이후 10년 만에 꿈에 무대를 인디언스가 오르길 바라는 성원 역시 만만치 않다.
당초 근소한 보스턴의 우세를 점쳤으나 양 팀이 지닌 탄탄한 전력상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그 예상은 적중하였다. 비록 중심타자인 트래비스 해프너가 부진했지만 타선들의 응집력이 뛰어났고 라파엘 베탄코트란 ‘언터쳐블’ 구원투수의 활약으로 뒷문단속을 단단히 지킨 불펜의 힘, 그리고 3, 4선발인 제이크 웨스트브룩과 폴 버드가 보여준 기대이상의 호투로 인해 인디언스는 레드삭스를 제치고 4차전 종료까지 ALCS 진출에 단 1승만 남겨놓고 있었다.
그러나 2007 정규시즌에서 최고의 전력을 보여준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처럼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에이스인 조시 베켓이 1차전에 이어 레드삭스가 벼랑 끝에 몰린 5차전에서도 팀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또한 전성기가 지난 실링이라 하더라도 그는 역시 커트 실링이었다. 6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그는 클리블랜드의 타선을 베켓에 이어 무력하게 만들었고 이 기회를 틈탄 레드삭스의 타선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량득점에 성공하였다.
이렇게 시리즈가 팽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양 팀의 전력이 공수주에 있어서 짜임새를 갖춘 원인도 있었지만 서로가 시리즈에서 연승할 수 있는 완벽한 팀의 모습에서 2%씩 부족한 약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레드삭스와 인디언스는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그것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초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가장 강점으로 평가받았던 점은 C.C 사바시아와 파우스토 카모나로 이어지는 선발 원투펀치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두 투수는 모두 제구력 난조와 심리적인 측면에서 흔들리며 이번 시리즈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사진 - 6차전에서 제이콥스 필드의 전광판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워하는 클리블랜드의 팬들)
또한 보스턴은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내리 3연패할 때에는 타선이 집중력을 떨어졌고 실리 있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활약여부도 너무나 편차가 심했다. 보스턴의 하위타선은 그저 상대편 투수가 쉬어가는 자리라고 여길 만큼 빈타에 허닥한 모습을 보였다. 이 중에서 J.D 드류와 훌리오 루고, 그리고 코코 크리스프는 보스턴의 팬들과 지역 언론의 따가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보스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5차전을 기점으로 하위타선들의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선두타자로서 출루율이 부진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의 타격이 살아났고 5차전까지 타점이 없었던 J.D 드류는 마치 그동안의 부진에 화풀이라도 하듯 6차전에서 그랜드슬램을 포함한 5타점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7차전에서 클리블랜드의 선발로 나올 제이크 웨스트브룩이 3차전과 같은 호투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보스턴 타자들의 타격감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떨어지는 싱커를 자랑하는 파우스토 카모나의 유인구를 참아내고 볼카운트를 유리한쪽으로 이끌어 결정타를 때려내는 레드삭스 타자들의 집중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다만 낮은 볼로 땅볼 유도를 잘 해내는 웨스트브룩이 3차전과 같은 제구력이 뒷받침된다면 아무리 방망이에 물이 올라있는 보스턴의 타자들도 쉽게 공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번 눈에 익은 웨스트브룩의 볼을 어떤 공략 법을 가지고 나오느냐가 레드삭스 공격진의 과제로 여겨진다.
또한,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등판여부도 논란을 일으킨 부분이다. 하지만 보스턴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수차례 마쓰자카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고 예정대로 운명의 7차전 선발은 그에게 주어졌다.
마쓰자카는 고교시절부터 강한 승부욕을 가진 선수로 유명했다. 결코 지는 것을 순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성격이었으며 ALCS 3차전에서 자신이 패전투수가 된 후에는 시합종료 후에도 한참이나 라커를 떠나지 못한 채,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분명히 승부욕이 강한 마쓰자카는 이번 7차전을 앞두고 강한 결의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점이 되는 것은 지나치게 승리에 대한 갈망을 안고 경기에 임하면 그로인한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데에 있다.
특히나 자신이 던지는 볼 하나하나에 집중을 다하고 신경써야하는 투수들에겐 적당한 긴장감을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지나치게 작용한다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실투를 던지며 급격하게 무너질 우려도 존재한다.
마쓰자카의 구질이 위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조시 베켓이나 C.C 사바시아, 그리고 요한 산타나와 같은 최상급의 구질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적절히 위력이 가미된 볼을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승부하는 스타일인 마쓰자카는 무엇보다 빠른 볼을 지탱해줄 변화구의 제구가 적시에 이루어져야 안정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정규리그와는 달리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투수들의 구질을 철저히 분석하고 나오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디테일 있게 분석되고 나오는 타자들에게 볼의 배합이 읽히게 된다면 베켓의 볼보다 오히려 훨씬 편한 것이 바로 마쓰자카의 볼들이다. 마쓰자카 본인의 심리적인 문제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분석도 있었기에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공략당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양 팀은 이제 월드시리즈로 가는 최종 단판 승부가 된 7차전을 이기기 위해 예고된 선발투수 외에 모든 불펜진들을 동원할 걸로 예상된다. 레드삭스는 필요에 따라 에이스인 조시 베켓의 등판을 부정하지 않았으며 비록 이번 시리즈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인디언스 역시 사바시아가 나올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다.
팽팽한 투수전이 되건 아님 화끈한 타격전이 되건 간에 승리하는 팀은 분위기를 탈수 있는 팀이 결국 월드시리즈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야구는 어느 경기보다 분위기를 타고 기회를 살려야 이길 수 있는 종목이다.
6차전에서 보스턴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커트 실링의 역투도 있었지만 1회말, 무사만루에서 온 찬스를 믿었던 매니 라미레스와 마이크 로웰이 살리지 못했을 때, J.D 드류가 2사 만루에서 최상의 결과로 연결시킨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만약 그 순간에서 드류마저 범타로 물러났다면 6차전의 승패는 결코 어느 쪽으로 돌아갈지 쉽게 결론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클리블랜드의 입장에서는 보스턴의 두 에이스인 조시 베켓과 커트 실링에게서 상실당한 특유의 연타능력을 다시 살려야 된다. 상대방 투수가 던지는 유인구를 골라내고 승부구를 파울로 처리한 후, 볼카운트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던지는 밋밋한 스트라이크를 공략하는 것은 투수를 괴롭히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다. 인디언스 타자들은 이러한 투수공략을 상당히 잘했었고 그것이 현재의 위치까지 안착시킨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지금 콜로라도의 높은 산지대에 위치한 도시 덴버에서는 자신들의 파트너를 기다리는 로키스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과 경기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로키스의 연승행진에 제동을 걸 팀은 이제 곧 결정된다.
(사진 - 21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훈련 중인 로키스 선수들)
경기가 벌어지는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광적인 응원을 펼칠 레드삭스 팬들이 울리는 함성이 ALCS의 끝을 장식할지, 아니면 인디언스의 홈구장인 제이콥스 필드에 모여 전광판에서 중계하는 경기를 보고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팬들의 모습이 나타날지는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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