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LG 트윈스 '박용택'이라는 이름은 미움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미움의 이유는 2009년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생겨났다. 박용택은 당시 타율 0.372로 리그 타격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 뒤를 타율 0.371의 롯데 홍성흔이 뒤쫓고 있는 가운데 정규시즌 최종전 매치업이 LG-롯데가 되면서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박용택은 최종전에서 결장했고 LG 투수들은 홍성흔을 모든 타석에서 볼넷으로 1루에 내보냈다. 2009년 타격 1위는 박용택의 차지가 됐지만 팬들의 비난이 뒤따랐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용택도 수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2009년 타격왕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이 떳떳하지 못했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롯데팬들이 박용택을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하는 이유는 더 명확하다. 박용택은 2002년 프로 데뷔 후 사직에서 통산 126경기 타율 0.322(478타수 154안타) 18홈런 83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웬만한 타자의 한 시즌 커리어하이 성적을 사직야구장에서 기록한 셈이다.
'사직택'의 출발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타격왕에 올랐던 2009년 이전(2002-2008)까지는 185타수 52안타 타율 0.281로 사직에서 특출나게 강했다고 보기 어려운 기록을 남겼다.
박용택도 2004년 첫 규정타석 3할, 2005년 도루-득점 타이틀을 따내기는 했지만 리그 최정상급 타자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시기였다. 2008년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쳐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세 자릿수 안타가 불발됐다.
하지만 2009년 타격왕 타이틀을 따낸 뒤 모두가 인정하는 KBO 대표 교타자로 이름을 떨쳤다. KBO리그 유일 무이의 10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사직택'의 본격적인 출발도 2009년이었다. 타율 0.447(38타수 17안타) 3홈런 9타점 OPS 1.176으로 부산만 가면 롯데 투수들과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2011년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3홈런 7타점 OPS 1.245 ▲2013년 타율 0.455(33타수 15안타) 2홈런 6타점 OPS 1.213 ▲2014년 타율 0.433(30타수 13안타) 4타점 OPS 1.075 ▲2015년 타율 0.375(16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OPS 1.069 ▲2016년 타율 0.400(20타수 8안타) 1홈런 3타점 OPS 1.100 등 사직만 가면 펄펄 날았다.
2009-2018 시즌 사직야구장 누적 기록은 타율 0.347(274타수 95안타) 13홈런 52타점 OPS 0.975다. 이 기간 동안 롯데 선수를 제외한 타자 중 박용택보다 많은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없다.
현역 마지막 사직야구장 타석도 '사직택'다웠다. 2020년 10월 15일 롯데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LG가 2-1로 앞선 7회초 2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와 서준원을 상대로 우측 담장 상단을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쳐냈다. 참으로 '사직택'다운 마무리였다.
공교롭게도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되는 박용택의 은퇴식 및 영구결번 진행식 상대팀도 롯데다. 박용택과 롯데의 인연은 참 깊고 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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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