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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리뷰] 승리의 흐름을 놓친 보스턴 레드삭스

기사입력 2007.10.18 05:08 / 기사수정 2007.10.18 05:08

조영준 기자


(사진 - 중요한 순간에 실책하는 케빈 유킬리스)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단판승부로 가려지는 NFL의 슈퍼볼과는 달리 7연전을 치르면서 먼저 4승에 안착해야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는 MLB의 월드시리즈와 리그챔피언십시리즈는 연전으로 이어지는 경기의 흐름을 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승부의 방향은 결정적인 기회에서 어느 팀이 근성을 보이며 승리를 이끄느냐에 있는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ALCS를 보면 보스턴 레드삭스는 시리즈를 유리하게 이끌고 갈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1차전 승리 후, 내리 3연패하며 월드시리즈에 초대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이지만 야구는 특히 경기의 흐름에 따라 승부가 급변하는 성격을 지닌 종목이다. 중반까지 유리한 점수차를 유지하며 경기를 끝낼 것 같은 승부가 갑자기 반전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가 발생하는 것은 어느 팀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느냐의 차이에 있다.

이번 ALCS에서 양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순간은 바로 2차전 연장에서였다. 에이스 조쉬 베켓의 호투를 발판으로 1차전을 가져오며 시리즈를 유리한 분위기로 이끌 줄 알았던 보스턴은 순간의 방심을 보인 끝에 클리블랜드에게 역전패하며 양 팀의 분위기는 급반전되었다. 단지 2차전 경기의 한순간일수도 있지만 단기전으로 벌어지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러한 박빙의 승부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팀들이 전체 시리즈를 유리하게 진행하며 결국엔 최종적인 승자로 군림하는 예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2차전에서 가졌던 연장전은 양 팀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접전을 벌인 시기였다. 이 말은 곧 차후에 벌어질 시리즈에서 어느 팀이 자신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진행해 나갈 수 있느냐의 힘겨루기이기로도 표현할 수 있다. 연정 전에 들어서며 벌어진 승부는 바로 불펜 진들의 싸움이었다. 보스턴과 클리블랜드는 모두 뛰어난 선발진과 더불어 듬직한 불펜 진을 가진 팀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 중요한 접전에서 보스턴의 불펜 멤버 중 한 명인 에릭 가니에가 무너졌으며 이 흐름을 탄 클리블랜드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량의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클리블랜드로 장소를 옮긴 3, 4차전에도 계속 이어져나갔다. 작년 2006 NLCS에서도 객관적으로 한수 위의 전력을 지닌 뉴욕 메츠가 1차전을 승리하고도 중요한 고비 점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패하고 난 뒤, 시리즈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흐름을 세인트루이스에게 빼앗겼었다.

단기전의 승부에서는 박빙의 상황에서 승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는 양 팀의 불펜 진들이 소모되는 경기이다. 구원투수들이 총동원된 승부에서 패하게 되면 남은 경기에서 많은 부담을 가지게 된다. 다음 경기에서도 던져야할 불펜투수들의 체력소진도 그렇지만 짧은 이닝에 자주 출전하는 불펜 투수들의 공략 법을 상대타자들이 터득하게 되고 몸소 직접 쳐봄으로서 몸에 익히게 되는 점이 그러하다.

그리고 불펜이 동원된 경기에서 진 팀은 그만큼 후유증도 크다. 또한 한방의 홈런으로 이룬 것이 아닌 연타를 허용하며 대량으로 득점을 올리면 그 팀의 모든 타자들은 고루 자신감을 가지며 더욱 사기가 충천한다. 2차전의 연장전에서 터져 나온 클리블랜드의 연타능력은 고스란히 3차전과 4차전으로 이어졌다. 반면, 2차전 중반이후로 보스턴의 연타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차전에서 클리블랜드는 상대실책을 틈타 마련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짧은 단타와 주루 플레이, 그리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터트린 3점 홈런 등, 불을 지피기엔 더없이 다양한 장작들을 모아서 한순간에 불태웠다. 그리고 그 불꽃들을 활활 타오르며 한순간에 대거 7득점으로 이어졌다.

 


  (사진 - 행운의 안타를 놓친 코코 크리스프)

그러나 보스턴은 순간적으로 잠깐 타오르는 3연타석 홈런의 짧은 불꽃놀이만 보여준 채, 대량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 캡틴인 제이슨 베리택을 제외한 나머지 하위타선이 약한 느낌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보스턴의 타선은 클리블랜드만큼이나 지속적인 연타를 터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연타란 것은 한방의 홈런처럼 우연히 나오는 것이 아닌, 조직력이 응집된 약속한 플레이와 같아서 경기의 흐름을 타며 지속적으로 나타나야만 그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클리블랜드가 결정적인 상황을 승리로 이끌며 그 감각을 계속 유지해가고 있는 반면에, 보스턴은 그 모습을 상실해 가고 있다.

2차전에서 당한 연장전 승부의 패배, 그리고 3차전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케니 로프턴의 홈런, 그리고 4차전을 통해 보여진 보스턴의 1루수 케빈 유킬리스의 실책과 그 팀을 비집고 무섭게 터진 클리블랜드의 연타 등은 시리즈의 저울추가 클리블랜드로 기울게끔 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1차전에서 조쉬 베켓이 호투한 부분을 빼고는 보스턴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던 시점에서 모두 패한 것이 지금까지의 결과이다. 이제 이러한 수세에 몰린 형국에서 탈피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보스턴은 더 이상 경기의 승부가 갈리는 순간에서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충성스러운 보스턴의 열혈 팬들은 지난 2004년 ALCS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뉴욕 양키스에게 3연패하며 낭떠러지에 몰렸던 보스턴이 내리 4연승을 거두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루었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했던 원인은 4차전과 5차전의 대미를 장식한 데이비드 오티스의 홈런과 결승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말로 중요한 승부처에서 이길 수 있었기에 시리즈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던 보스턴은 클리블랜드가 이룬 것 이상의 승부처에 강한 모습을 보여야만 승부를 원점으로 가지고 갈 수 있으며 그들의 열혈 팬들이 기다리고 있을 펜웨이파크로 돌아가 또 한번의 극적인 역전승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네의 인생사도 그렇지만 야구역시 9회까지 가는 동안 분명히 기회는 찾아오고 경기의 승패를 가를 승부 점은 양 팀에게 주어진다. 여기에서 흐름을 타는 팀이 최종승자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스포츠가 일깨워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이제 보스턴이 더 이상 진검 승부에서 패하면 그들이 바라는 희망의 빛도 사라질 것이다. 승리의 여신은 두 대결자의 사이에 기회를 던질 뿐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살리는 자에게만 찬연한 미소를 비춰준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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