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지닌 프랭크 와일드혼이 방탄소년단(BTS) 뷔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뮤지컬 작곡가뿐만 아니라 휘트니 휴스턴 등 유명 가수들의 앨범 프로듀서, TV 프로그램 크리에이트비 디렉터, 세계 각종 대회의 음악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그의 첫 교향곡 ‘다뉴브(독일어명 도나우) 심포니’를 11월 3일 연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특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더 라스트 키스’, ‘마타하리’. ‘데스노트’, ‘보니 앤 클라이드’, ‘천국의 눈물’, ‘몬테크리스토’, ‘스칼렛 핌퍼넬’, ‘카르맨’,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등 다수의 인기작을 탄생시켰다.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묻자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 아들들 중에 누굴 제일 좋아하냐 물어보는 것과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킬앤하이드’를 대체할 뮤지컬은 없다. 한국에서의 역사가 깊기도 하지만 내가 작곡한 첫 뮤지컬이었다. 전 아내가 배우 린다 에더인데 미국 ‘지킬앤하이드’에서 루시 역할을 했다. 그분을 위해 이 작품을 썼다. 둘 다 이 작품 덕분에 무명이었다가 완전히 유명해졌다. ‘지킬앤하이드’만 세계적으로 4000개의 프로덕션이 있다고 한다. 많은 언어로 녹음됐고 앞으로 몇 년 후에 영화로 나올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라면’ 등의 곡들을 생각할 때 느끼는 따뜻한 감정은 대체할 수 없다.”
매 작품 좋아하는 순간, 그리고 넘버가 있다며 작곡가로서의 욕심을 내비쳤다.
“옥주현 배우가 ‘마타하리’ 마지막에 혼자 서서 ‘마지막 순간’을 부를 때 닭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다. 박효신 배우가 ‘그 눈을 떠’를 부를 때도, ‘데스노트’에서 김준수 홍광호 배우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격렬하게 노래할 때도 그렇다.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긴장감이 팽팽하다. 김준수 배우가 ‘드라큘라’의 'The longer I live'를 부를 때는 마음이 찢어진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시빌워'에 나오는 넘버가 내가 작곡한 넘버 중 가장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잘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 앞으로 더 발전해 훌륭한 곡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작곡가라고 불리는 그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극적인 인물이 있고 이 인물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고 인생의 교훈까지 얻는다. 가족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랑, 선과 악의 대결일 수도 있다. 이런 요소를 가졌다면 영감을 얻고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려는데 너무 경계선을 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져도 몰입하면서 디테일을 찾아가려고 한다.”
K POP, K-드라마 등 다양한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다. ‘웃는 남자’, ‘마타하리’ 같은 한국 창작 뮤지컬도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을 날이 올까.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거나 녹음을 할 때, 앨범을 만들 때는 끝난 뒤 전파하는 건 쉽다. 현지 생방송으로 보여줄 필요가 없지 않나. 뮤지컬은 라이브로 볼 수밖에 없는 장르다. 한국 프로듀서분들과 내가 가장 아끼는 한국 배우 몇몇 분들을 런던이나 뉴욕에 데리고 가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듀서분들은 배우들을 다른 나라로 보낸다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거다. 그래서 지금 한국 뮤지컬은 다른 한국 콘텐츠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지킬 앤 하이드’에서 주인공 지킬 역을 맡길 바란다며 웃어 보였다.
“다른 한국 콘텐츠는 뉴욕이나 미국에서 매우 핫하지 않나. 부탁 하나를 드려야 할 것 같다. BTS는 미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더라. 솔로 활동을 시작하는 거로 안다. 몇 달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봤는데 어떤 콘서트를 준비한다고 연습을 하고 있더라. 콘서트를 하기 전에 음향을 체크했고 멤버 뷔 차례가 되니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기자님들이 뷔를 만나게 된다면 프랭크 와일드혼이 지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을 빨리 보라고, 뷔가 ’지금 이 순간‘을 부르고 있다’고 연락을 많이 해줬다. 난 뷔와 연락할 길이 없으니 기자분들이 전해 달라.”
사진=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