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지난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팀 간 4차전의 주인공은 외야수 하재훈이었다. 하재훈은 이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팀에 선취점을 안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하재훈은 2009년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와 독립리그에서도 외야수로 뛰어 '타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다. 독립리그 시절 몇 차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기는 했지만 투수 전향을 꿈꿨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재훈의 강한 어깨에 주목한 SK(현 SSG)가 하재훈을 투수로 지명했다. 하재훈은 팀의 요구에 맞춰 투수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고 세이브왕에 올랐지만 방망이에 대한 미련이 컸다.
2020 시즌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11월 다시 야수 전향을 택했고 불과 반년 만에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지난 17일 '타자'로 1군 콜업 첫날 데뷔 첫 안타를 때려낸 뒤 두 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김원형 감독을 비롯한 SSG 코칭스태프에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재훈은 "투수일 때 성적은 좋았지만 (어깨가) 아팠던 기억밖에 없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솔직히 많이 아팠다"며 "타자는 아픈 것보다 좋은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내 성격상 투수보다는 타자가 더 맞는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또 "다시 타자로 돌아가는 게 결정된 이후 류선규 단장님께서 알게 모르게 많은 서포트를 해주셨다. 감독님도 타자 전향을 허락해 주셨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김) 강민이 형, (추) 신수 형도 많이 도와줬고 조동화 코치님은 거의 내 붙박이 코치로 도와주셨다. 이진영, 정경배 코치님도 엑스트라 배팅을 칠 때마다 끝까지 남아서 지도해 주셨는데 감사한 분들이 참 많다"고 웃었다.
추신수의 경우 하재훈의 선전을 기원하며 10자루가 넘는 자신의 방망이를 하재훈에게 선물했다. 하재훈은 대선배의 좋은 기운과 격려 속에 훈련에 매진했고 좋은 결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다만 이날 홈런은 추신수가 아닌 동갑내기 친구인 삼성 라이온즈 김동엽으로부터 받은 방망이에서 나왔다. 하재훈은 미국의 한 업체에 자신의 배트를 주문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정규시즌 개막 이후에도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다. 배송 지연으로 선물 받은 방망이를 들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하재훈은 "오늘 홈런은 김동엽이 준 방망이로 쳤다. 다음에는 내 방망이를 줄 테니 김동엽도 하나 쳤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진 뒤 "내가 주문한 방망이로 치면 더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첫 홈런 공은 경기가 끝난 뒤 받았다. 근데 내가 세이브왕을 할 때 기념구로 챙겼던 공들이 지난겨울 라커룸 공사 때 다 없어졌다. 누군지 몰라도 가져간 분이 있으면 꼭 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SSG 랜더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