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리사에게는 무대를 휘어잡는 뛰어난 장악력이 있다. 뮤지컬 ‘프리다’에서 레플레하 역을 맡은 리사는 카멜레온 매력을 자랑하며 큰 인상을 남겼다.
“딤프(DIMF: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공연할 때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정식 공연으로 올라올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팀워크가 너무 좋아요. 작년 멤버들이 다 있잖아요. 연습을 되게 많이 했는데 네 명의 타이트한 호흡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서 이번에 연습할 때도 서로에게 그 부분을 강조했어요. 마음을 열고 9명이 진심으로 친해졌는데 무대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신기하게 많은 분들이 네 명이 끈으로 연결된 듯 하나같다면서 티키타카가 너무 잘 맞고 너무 자연스럽다고 해주셨어요. 연습도 많이 했지만 진심으로 대하고 친해졌기 때문에 이런 호흡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막바지 공연을 앞둔 뮤지컬 ‘프리다’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고 이후 평생 후유증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며 삶의 환희를 잃지 않았던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풀어낸 쇼 뮤지컬이다. 트라이아웃 당시 제14회 DIMF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고 제15회 DIMF에 공식 초청됐다. 올해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초연하고 있다.
리사는 “여자들만 등장하는 점이 특이했다. 쇼에 초대해 그녀의 삶을 토크쇼로 풀어가는 것도 재밌고 새로웠다”라고 말했다.
“프리다만 프리다로 나오고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는 1인 2, 3역이에요. 프리다의 마지막 쇼인 ‘THE LAST NIGHT SHOW(라스트 나이트 쇼)’가 펼쳐지는데 (최)정원 선배님은 죽기 전에 몇 초간 떠오르는 환영처럼 상상하면서 하고 (김)소향 씨는 정말 쇼에 초대돼 죽기 전에 이야기하는 거로 생각해요. 달라요. 우리 셋은 분위기에 따라 어느 날은 콘서트 느낌, 어느 날은 그녀의 환상 속에 있는 사람들, 어느 날은 천사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신이기도 하고요. 프리다의 다른 자아들이기도 하면서 수호천사 같은, 인간도 신도 아닌 존재였으면 좋겠다 했어요. 보는 분들이 그때그때 다르게 해석하는 느낌으로요.”
뮤지컬 ‘프리다’에는 남자 배우들이 나오지 않는다. ‘THE LAST NIGHT SHOW’에서 프리다의 연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하는 레플레하도 리사, 전수미가 맡았다. 여배우의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여자만 네 명이 나오는 작품은 처음 해봤어요. 여자들끼리만 모이니 없던 제 성격도 개발돼 잠재된 내면의 끼가 더 나올 수 있더라고요. 여자들이다보니 서로 통하고 공감을 잘하기 때문에 마음이 확 풀려요. 최정원 선배님이 언니로서 무서운 분이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수 있는데 되게 유쾌하시고 친구처럼 지내는 걸 선호하세요. 우리와 코드가 잘 맞는 거죠. 연습을 해야 하는데 수다 떠느라 연습이 10분 밀리기도 했어요. 그런 시간이 있어 무대에서 끈끈함이 나오는 듯해요.”
프리다는 멕시코 국립 예비학교에 처음으로 입학한 여학생 중 한 명일 만큼 똑똑한 여자다. 하지만 불운했다. 6세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17세 때 첫사랑 알렉스와 버스를 타고 가다 충돌사고를 당해 몸 곳곳이 골절되거나 부러졌다. 임신과 유산, 반복되는 대수술, 여기에 남편의 여성 편력까지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시련도 인생의 전환점으로 승화했다.
'라비다', '코르셋', '아구안타르', ‘자화상’, ‘널 그려’, '허밍버드', '비바 라 비다' 등 다양한 넘버에 환희와 슬픔, 고통 등 프리다의 감정을 녹여냈다. 저마다 겪는 고통의 종류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프리다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다.
“살면서 힘든 일이 닥쳐오잖아요. 너무 짜증 나고 다 때려치우고 싶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겨’ 할 거예요. 그런데 저렇게까지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열정을 잃지 않고 아픔과 고통을 아트로 승화한 프리다를 보면 반성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내 문제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힘을 내서 잘해보자는 생각이 들고요. 프리다에 비해 내 삶은 순탄한데 작은 것에 너무 꽂혀서 힘들다고 생각했다는 걸요. 지치고 힘들 때 ‘프리다’를 보시면 에너지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