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오은영 리포트' 배윤정 서경환 부부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16일 방송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는 11살 연상연하인 안무가 배윤정과 전 태국 프로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남편 서경환 부부가 출연했다.
배윤정과 서경환 부부는 '로또 부부'로 나왔다. 배윤정은 "로또가 참 안 맞지 않냐.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서다"라고 솔직하게 말해 하하를 놀라게 했다.
두 사람의 집은 아기용품으로 가득했다. 9개월 된 서재율 군은 엄마 아빠를 닮은 외모를 자랑했다.
배윤정은 "결혼한 지 3년 차다. 11살 차이다"라며 남편을 언급했다. 이어 "그때는 너무 어린 동생이어서 왔다갔다 보는 동생으로 알고 지내다가 매일 2, 3개월을 집 앞에 찾아오더라. 굉장히 표현을 많이 해주고 예쁘면 예쁘다고 사소한 것에 표현해준다. 나중에 아내에게도 잘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새 두 사람은 말이 없어졌다. 두 사람은 만나면 싸우는 사이가 됐다. 배윤정은 "그냥 혼자 살고 싶다. 이럴 거면 뭐하러 결혼하고 애를 낳지? 내가 정말 필요로 할 때 남편이 없었다. 산후우울증 같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제작진에게 털어놓았다.
배윤정은 서경환에게 "나 병원 다니면서 우울증 약 먹는 거 알지? 나도 많이 힘들었어"라고 이야기했다.
배윤정은 제작진 앞에서 "어느 순간부터 불편한 존재가 된 것 같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서경환도 "내가 오히려 먼저 눈치를 보게 된다. 날 많이 무시했고 트라우마가 생긴 일도 많이 있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재율이가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한 번 깨는 탓에 배윤정은 그때부터 육아를 시작했다. 서경환은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 이후 일어난 서경환은 "여보 힘들지?"라고 묻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 준비는 아내의 몫이다. 서경환은 샤워 후 머리 손질을 하느라 바빴다. 배윤정은 "남편이 말과 행동이 다르고 느린 편이다. 이제 말할 힘도 없으니 자꾸 속으로 삭이고 넘기고 피하려고 한다"라며 불만스러워했다.
배윤정은 기다림에 지쳐 먼저 밥을 먹었다. 서경환이 앉아 식사를 하려고 하자 재율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서경환은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고 배윤정이 재율이를 달랬다. 여유로운 식사는 불가능했다. 서경환은 "여보 도움 필요하면 얘기해"라고 말했다.
축구 클럽을 운영하는 서경환은 "재율이가 나오고 육아를 하다 보니 집에서 시간을 늘리려고 했다. 방을 빼 사무실로 만들었다.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컴퓨터 업무 하고 오후부터 운동장에 가 아이들을 지도한다. 8시 쯤 와서 빨리 오면 아이 씻기는 걸 돕고 그게 안 되면 아이가 자는 걸 보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이후에도 컴퓨터를 하고 있다"며 일과를 밝혔다.
배윤정 역시 SNS 공동구매, 댄스 아카데미 운영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배윤정은 5분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일에 집중했고 아이는 또 울기 시작했다. 서경환은 "내가 볼게"라면서도 모니터만 바라봤다.
이후 서경환은 아들과 노는 대신 재우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잘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포기했다. 배윤정은 육아 분담을 위해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지만 나가서 일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하하는 배윤정의 일상을 보더니 "리스펙트하는 분인데 이럴 줄 몰랐다. 항상 당차고 프로페셔널하고 쿨하고 카리스마 넘쳤는데 이런 모습이 있어 많이 놀랐다"라고 했다. 배윤정은 "내 아이의 울음소리인데도 듣는 게 힘들더라"고 고백했다.
배윤정은 라면을 끓이고 서경환에게 먹으라고 했다. 서경환은 "갑자기 왜 라면이야 또?"라고 물었고 배윤정은 "아까 라면 끓인다니까 끓이라며"라며 황당해했다. 서경환은 "내가? 전화할 때? 알겠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서경환은 휴대전화만 만졌다. 아내는 결국 자리를 떴다. 서경환은 아내의 속상함은 뒷전이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있어도 마주 보지 않았다. 배윤정은 불편한 마음에 얼마 먹지 않았다. 서경환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서경환은 설거지를 하며 "내가 못 들어서 미안한데. 아니 근데 전화하고 있는데"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배윤정은 "왜 화가 나는 거야?"라며 이해하지 못했다. 서경환은 "톡을 주거나 종이에 적어 주면 되지 않냐"라면서도 "내가 못 알아들어 미안해"라고 했다.
배윤정은 제작진에게 "남편이 너무 다 예민하니까 나도 예민해지고 남편과 같이 있는 시간이 행복해야 하는데 불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토로했다. 스튜디오에서 배윤정의 말을 들은 서경환은 생각이 많아진 듯 보였다.
배윤정은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다. 배윤정은 "왜 기분이 안 좋아진 거냐. 라면 전까지는 멀쩡하지 않았냐"라며 궁금해했다. 서경환은 "대화가 잘 안 통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울해져. 당신과 대화하면. 미안해"이라며 충격적인 말을 건넸다. 배윤정은 "(음식이) 얹히겠다"라며 상처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부엌에서 벗어났다.
배윤정은 "남편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외롭고 힘들 때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존재였으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불편한 존재다. 누구보다도 가까워야 하는데 남편에게 해야 할 이야기를 일 때문에 피곤하고 힘들어 하니 동생들이나 친구들에게 하고 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윤정은 스튜디오에서 "남편이 부부싸움하거나 화가 났을 때 극단적인 말을 많이 한다. 상처되고 비수에 꽂는 말을 한다. 사실 나도 할 수 있는데 아무리 화가 나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난 절제하고 참을 수 있는데 남편은 화가 나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뒤돌아서 많이 후회는 하는데 나는 상처를 받고 너무 충격인데 남편은 사과하면 끝이다. 사과가 싫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소유진은 "나도 상처다. 당신과 말하면 우울하다는 말이 아무리 미안하다고 해도 안 들리는 거다. 너무 오래 남으니까"라며 공감했다.
이에 서경환은 "3, 4일 정도는 계속 그 단어가 생각나더라. 그걸 수정하고 싶다. '너와 대화하면 우울해진다'가 아니라 그 공간이 우울한 것 같다. 아이 낳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친구를 만난 적 없고 사적으로 시간을 쓴 적이 없다. 그런 게 쌓이다 보니 풀 곳이 없어 우울하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표정과 말투를 보니까 너무 큰 상처였을 것 같다"며 후회했다.
오은영은 "잘못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편은 아내와 대화하거나 한 공간에 오래 있을 때 마음이 다운되고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한 거다. 그게 어떤 형태든 힘들다는 표현한 거다. 뭘 의미하는지 잘 알아갈 필요가 있다. 혹시 남편 분이 아내와 같이 있을 때 흥미롭고 재밌는 모습을, 내지는 이런 모습만을 원하는 부분이 많다면 반대되는 굉장히 풀 죽고 기죽어있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싫은 게 아니라 본인이 감당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이 있는지 잘 봐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산후우울증은 뇌에 변화가 온 거다. 출산 후에 에스트로겐이 떨어지면서 세르토닌에 영향을 줘 기분이 가라앉는다. 일시적인 감정 변화가 아니라 지속되면서 다양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이어서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 감기가 아니라 폐렴, 만성 기관지염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산후 우울의 3분의 1은 상당히 위험도가 높은 산후우울이다. 가장 많은 증상이자 위험한 게 자살이다. 우울의 증상 중에 세상이 굉장히 천천히 움직인다. 걷다가도 멍하니 서 있거나 단어가 빨리 안 생각나고 머리가 빨리 안 움직인다. 볼펜을 들고 있으면서 볼펜을 찾는다.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멍하다 아이가 물에 빠져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악화, 호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남편이다. 실제로 남편의 가사와 육아에 대한 무관심이 산후우울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서경환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겪은 것을 안다. 완전 혼란스러웠다. 내 부족함이다. 강한 여자인 줄만 알고 긍정적인 사람인 줄만 알아 눈치를 못 챘는데 그렇게 얘기하니 머리가 하얘지더라. 아무 생각도 못 하겠었다. 나도 같이 우울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아내가 인상을 쓰고 말수도 줄고 한숨도 많이 쉰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웠다. 자고 일어나도 서로 우울해서 그렇다. 행동을 할 때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내가 힐끔힐끔 보게 된다"라고 털어놓았다.
서경환은 실제로 자주 움찔거리고 미안하다고 했다. 일거수일투족을 허락 받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을 졸였다. "모르겠다. 항상 미안하다. 혼내지는 않는데 무섭다"고 했다.
서경환은 "일하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라고 이야기했고 배윤정은 "혼자 해도 돼. 쉬어"라며 배려해줬다. 서경환은 "컵만 내가 씻어 놓을게"라며 눈치를 봤다. 아내와 아기 소리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들락날락했다.
오은영은 "남편이 소극적이고 위축됐다. 가사나 육아의 일정 부분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뭐 먹게?' 물으면 '내가 할게'라며 있는 걸 찾아서 '이거 먹자' 한다던가 해야 한다"라고 들려줬다.
배윤정은 "약속을 받고 싶은 게 있다. 집에 있을 때 육아를 같이 도와주고 싶고 같이 하려고 집에 컴퓨터도 산 거라고 하지 않았냐. 의미가 많이 없다. 하루 종일 저 방에 있거나 뭔가 도와달라고 하면 '지금?' 그런다. 자기가 인상 쓸까봐 혼자 해버린다. 난 밖에서 돈도 벌고 집에서 육아도 하는데 눈치도 본다. 나도 내 방에서 안무 짜고 내 일 하고 싶다. 그게 더 안 힘들거든"이라며 토로했다.
서경환은 "사무실에서 새벽까지 하는 것보다는 이게 의미가 있다. 자기 목소리도 듣고 애기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난 인정받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대화에 대한 인정인 것 같다. 자기에게 뭔가를 얘기할 때 자기 말이 맞아 그 한 마디가 그리웠다. 그래서 외롭고 대화할 때 우울해진다고 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