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김현정 엑스포츠뉴스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이주의 작품= 뮤지컬 ‘데스노트’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이 죽는 데스노트를 소재로 천재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와 그에 맞서는 명탐정 엘(L)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온 삼연은 논 레플리카(Non Replica)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언제= 6월 26일까지.
누구= 홍광호, 고은성, 김준수, 김성철, 김선영, 장은아, 강홍석, 서경수, 케이, 장민제, 서범석, 류인아, 서만석, 맹원태, 주홍균.
어디=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러닝타임= 160분
요약= 법과 정의에 대해 고민하던 전국 1등 천재 고등학생 라이토는 사신 류크가 떨어뜨린 데스노트를 줍는다. 시험 삼아 뉴스 속보로 생중계된 범죄자의 이름을 적었는데 범죄자가 정말 사망하자 노트의 힘을 믿는다. 라이토는 세계 각지의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그런 그를 사람들은 ‘키라’라고 추앙한다.
이에 인터폴과 경찰이 수사에 돌입한다. 베일에 싸인 명탐정 엘은 뛰어난 분석력으로 라이토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간다. 여기에 또 다른 데스노트를 얻고 제2의 키라가 된 아이돌 미사가 등장하는데...
관전 포인트=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법을 지키면 정의가 지켜질까요?”
데스노트로 범죄자들을 죽이면 아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이 올까. 키라는 범죄자를 직접 응징해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의를 행하는 빛(Light, 라이토)인가, 또 다른 살인자일 뿐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
방대한 원작을 뮤지컬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략된 부분과 대사로 설명해주는 부분이 많다. 만화나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상세한 추리 과정이라던가 미사가 키라와 라이토에 왜 그렇게까지 집착하는지, 렘이 미사를 애정하는 이유 등이 생략됐다고 느낄 수 있다. 라이토와 엘의 대결이 덜 긴박하게 느껴지고 결말도 조금 허무하게 다가올 수도. (그러나 160분짜리 뮤지컬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효과적으로 압축했다고 본다.)
이 모든 비극은 일상의 지루함을 느낀 류크 때문에 벌어진다. 류크는 익살만 떠는 것 같아도 가만히 보면 정곡을 찌르는 맞는 말만 한다. (‘그럼 악당은 너 하나만 남겠네?’ ‘사신에 홀린 인간은 지옥을 맛본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넘버들. 홍광호의 킬링 보이스로 듣는 킬링 넘버 '데스노트'.
영상의 뛰어난 활용. 초연 때와 무대 형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복층 구조, 회전 무대, 또 폭넓게 쓰이지 않아 아쉬웠던 T자 무대가 없어졌다. 대신 영상 하나로 입체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화려한 장치나 소품 없이 영상만으로 꾸며진 무대는 '뮤지컬' 보는 맛을 줄인다. 하지만 ‘데스노트’는 영상미가 완성도의 큰 몫을 차지할 정도로 훌륭하다. 라이토와 엘이 신경전을 펼치는 테니스신, 라이토와 미사가 만나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신, 도쿄 풍경, 다이코쿠 항구 등이 영상으로 실감나게 구현했다. 심지어 라이토 침실의 커튼이 휘날리는 모습까지, 디테일함이 돋보인다.
(무대의 경사진 바닥, 벽면, 천장까지 3면으로 구성한 디스플레이가 3mm LED 1,380장으로 이뤄져 있다. 초고화질 레이저 프로젝터가 전면에 1대, 양 측면에 2대를 설치해 영상을 투사한다.)
쟁쟁한 라인업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
라이토의 감정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홍광호가 이를 잘 소화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그리고 정의를 위해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순수한 학생(40대 맞나요?)에서 타인의 죽음을 결정짓는 힘을 갖고 오만해져 점점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과정을 눈에 띄게 보여준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성량은 두 말 하면 잔소리여서 생략한다. (유튜브에서 한국 뮤지컬 최초로 16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주인공. -뮤지컬 ‘데스노트’ MV_Death Note)
말미 데스노트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류크를 만류하며 “난 키라야. 정의로운 세상을 내 손으로 만들 거야”라며 절규하는 모습까지, 마지막까지 신념을 꺾지 않는 라이토를 잘 표현한다. (선을 넘고 자기를 잃어버린 라이토...)
‘엘’ 하면 김준수의 엘이 떠오를 만큼 김준수의 인상이 강하게 심어져 있다. 그래서 새 캐스트 김성철이 엘을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구부정한 몸으로 다니고 사탕을 능청스럽게 먹고, 소파에 쪼그려 앉는 등 독특한 4차원이면서도 굉장한 추리력과 날카로움을 가진 천재 괴짜 엘의 특징을 잘 살린다. (미사의 팬이라며 ‘아임 레디’라며 춤추는 코믹함도).
초연부터 류크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강홍석은 이번에도 빈둥대고 능청스럽지만 한순간 비정해지고 사악한 류크와 혼연일체한다. 김선영은 카리스마와 신비로움이 공존한 렘을 표현한다. 러블리즈 출신 케이는 아이돌 미사 역할을 어울리게 소화하며 노래, 연기 모두 무난하게 녹아든다.
한 줄 감상=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
사진= 오디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