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반전이었다.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가수 윤지성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막연히 나이젤 바텀 역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역할이란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스타 작가 셰익스피어로 변신한 윤지성은 최근 종연한 ‘썸씽로튼’ 무대에서 끼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했다.
“항상 도전하고 싶어요. ‘프로듀스 101’(시즌2)이 워낙 임팩트가 있어서 대중분들은 저를 유쾌하고 리액션 좋은 사람으로 많이 기억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셰익스피어는 넘치는 끼와 매력으로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끄는 국민 작가다. 르네상스의 놀 줄 아는 만인의 록스타, 아이돌 같은 존재다.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돈과 명예와 인기가 있어도 힘든 건 힘든 거라며 창작의 고통을 토로한다. ‘국민 작가 너무 힘들어. 솔직히 나니까 이 정도 버티는 거야’라며 능청스럽게 노래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사실 많이 고민했어요. 작년에 최수진 누나가 ‘썸씽로튼’을 해서 재밌는 극이라는 걸 알았는데 셰익스피어로 제의가 와서 ‘어, 왜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건형 선배님과 (서)경수 형같이 피지컬 좋고 맨디하고 멋있는 배우들이 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제작사 대표님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재연인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있으셨어요. 저도 전역하고 첫 작품인데 그동안 고민이 많았거든요. 뮤지컬을 하고는 싶은데 전역 후 처음이다 보니 쉽사리 도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나만의 셰익스피어를 보여주고 싶었고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분들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죠.”
올해 재연한 ‘썸씽로튼’은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웃음을 유발한 작품이다.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는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윤지성 외에도 서경수, 최재림이 당대 최고의 작가 셰익스피어로 열연했다.
“기본적인 틀은 경수 형이 많이 알려주셨어요. 형이 한 걸 정말 많이 보고 외국 공연 라이선스 영상을 봤어요. 한국식으로 바뀐 부분이 많아서 가져올 수 있는 건 가져오고 연출님이 뻔뻔한 제 모습을 가져와 보라고 하셨어요. 셰익스피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다면서 기대를 많이 하셨어요. ‘너는 경수보다 더 뻔뻔하고 너밖에 모르고 너에 취해 사는 아이돌로 가자’라고 하셨죠. 경수 형의 뻔뻔함은 하이틴 남자주인공 같은 느낌이라면 제가 뻔뻔하게 하는 건 작은 애가 더 웃기고 취해 사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감을 가졌어요."
실제로는 아예 결이 달라요. 윤지성은 뻔뻔하지도 않고 자기를 괴롭히는 성격이에요. 셰익스피어는 날 아끼고 사랑하고 ‘나 셰익스피어인데 글 쓰는 거 당연한 거 아니야’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고 눈치도 엄청 봐요.“
새로운 셰익스피어로 활약한 윤지성은 인기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이자 솔로 가수다. 환호와 숭배를 받는 당대의 아이돌 셰익스피어와 공통분모가 있다.
”콘서트나 팬 미팅을 하다 보면 팬분들이 열광하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알잖아요. 그런 부분을 공연에 많이 넣으려 했어요. 애드리브로 깨물하트를 한다던가 ‘윌 파워’를 부를 때도 활을 쏘는 모습이나 왕관 제스처를 많이 사용했어요. 형들이 너무 잘하니 저만의 무기가 필요했거든요. 사람들이 제니, 이효리 같은 스타들을 따라 하는 것처럼 셰익스피어도 하나의 유행을 만들지 않았을까 해서 왕관 제스처를 만들어봤어요.
닉 바텀은 항상 셰익스피어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셰익스피어가 유행시키는 걸 하고 싶어해요. 약을 올릴 수 있지 않나 해서 만들었는데 다들 재밌어해 주셨어요.“
윤지성은 뮤지컬 ‘그날들’, ‘귀환’에 이어 ‘썸씽로튼’까지 뮤지컬 배우로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셰익스피어 역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썸씽로튼’은 그에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터다.
“‘썸씽로튼’을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팬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세요. 처음으로 아프지 않고 죽지 않고 다치지 않는 배역이라고요. 가슴이 아리고 짠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처음으로 유쾌하고 끝까지 멋있게 퇴장한 역이거든요. 셰익스피어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저도 뮤지컬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팬분들과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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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