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이주의 작품= 여성 4인조 록 뮤지컬 ‘리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으로 기억되는 ‘리지 보든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20년간 작품 개발을 거쳐 2009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2020년에는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였다.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을 받았다.
언제= 6월 12일까지.
누구= 전성민, 유리아, 이소정, 김려원, 여은, 제이민, 김수연, 유연정, 이영미, 최현선
어디=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러닝타임= 120분
요약= 1892년 매사추세츠 주 소도시 폴 리버에서 성공한 장의사 앤드류 보든과 재혼한 부인 에비가 집 안에서 잔인하게 도끼로 살해됐다.
주인공이자 둘째 딸 리지(이소정 분)가 유력한 핵심용의자로 지목된다. 피의자 리지와 언니 엠마(여은), 가정부 브리짓(최현선), 친구 앨리스(유연정)가 법정에 서 진술을 이어간다. 리지는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데...
관전 포인트= 리지를 살인 용의자로 설정하고 극을 진행한다.
(실제로는 물적 증거가 없을 뿐더러 여성이 살인을, 또 부모를 죽였을 리 없다는 시대의 통념 때문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미제 살인사건으로 남았다.)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여성의 연대와 해방이다. 앨리스까지 환복하면서 네 여성은 하나가 된다. 모든 억압을 깨부수듯 무대 앞에 도끼를 꽂는다. (범인 찾기같은 추리극은 아니다. 그런 긴장감을 원한 이들이라면 예상과는 다를 터. 누가 범인인 건 중요하지 않다.)
6인조 라이브 밴드의 파워풀한 연주, 배우들의 폭발하는 성량.(설령 록 뮤지컬이 취향이 아닐지라도…)
학대를 견디다 못한 리지는 살인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지만 리지의 동기만은 납득 가능하다. (아들을 원했대. 근데 이젠 딸이 좋대, 막내딸을 예뻐했지. 과할 정도로) ‘이건 사랑 아냐. 난 빼앗길 뿐 준 적이 없어. 선택 따윈 없어’라고 이야기하는 리지의 마음이 처절하게 다가온다.
록 베이스의 넘버가 다채롭다. '보든 가', '사랑 아냐', ‘여기서 벗어나야 해’, '소중한 내 동생', '섀터케인과 벨벳 그라스', '있어줄래?', '머리가 왜 없어?', '끓어오른 분노', ‘XX 이제 어쩔 거야. 리지?’, '낡은 건 태워버려', '질문, 또 질문' 등 처연하고 섬세한 넘버부터 강렬하고 신나는 넘버까지 다양한 록 선물세트.
레이디스코드 이소정과 우주소녀 유연정은 ‘리지’로 뮤지컬 무대에 나란히 도전했다.
타이틀롤 리지 보든 역을 맡은 이소정은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풍성한 성량으로 록 뮤지컬의 특성을 잘 살린다. 매력적인 음색으로 ‘왓 더 퍽’을 외칠 때 통쾌함을 배가한다.
유연정의 재발견이다. 걸그룹 우주소녀 멤버일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가창력과 연기 모두 합격점이다.
가정부 메기, 아니 브리짓은 어쩐지 리지의 살인을 유도하는 것 같다. (맛집 맞네. 살인 맛집!) 최현선은 극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는 브리짓을 카리스마있게 소화한다.
조명과 LED 영상을 효과적으로 썼다. (살해당한 부모가 등장하지 않아도 초상화만으로도 오싹.)
커튼콜까지 즐기자 (코로나19가 야속하지만)
한줄 감상=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리지들을 위해.
사진=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