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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승부'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네…승부치기 하기도 그렇고

기사입력 2011.03.20 11:44 / 기사수정 2011.03.20 11:44

박소윤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윤 기자] KBO가 올 초 다시 무승부 규정을 손 봤다.

당초 '무승부=패'라는 규정을 만들어 각 팀들이 연장 이후에 점수를 무조건 내게끔 만드는 취지로 제쟁한 규정이 많은 폐해를 낳아 선수와 감독들의 원성을 산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장 12회 말까지 승부가 갈리지 않자 결국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찝찝한 '패'를 하나 더 안고 가는 팀들은 이 규정에 불만이 많았다. 고심한 끝에 KBO가 다시 낸 결론은 무승부를 승률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133경기 중 1경기만 이기고 132경기를 다 무승부로만 처리해도 승률 100%라는 수치가 나오게 되는 것. 물론 극단적인 경우이고 시즌 중 132경기가 모두 무승부로 나올 확률은 거의 없지만 야구를 하고도 야구를 하지 않은 게 되는 기묘한(?) 시스템이 돼버리는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무승부=0.5승 처리하자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도 맹점이 있는 것이 2경기를 무승부를 한 팀은 실제로 1승이 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긴 적이 없는데 1승을 가져가는 것은 결국 승률을 기본으로 해 우승을 정하는 기본 토대의 근간을 흔드는 시스템처럼 보여 스포츠의 기본 정신에서 위배된다.

일부 팬들은 차라리 '무승부=패' 규정을 그대로 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도 한다. 어차피 다승제를 원칙으로 우승팀을 가르는 리그에서 무승부를 승률에서 빼고 계산하는 것보다 패로 보는 게 더 이해가 간다는 게 그 근거.

게다가 무승부에 '패'말고 다른 카드를 잡아주면 각 팀들은 이기지 못할 경기에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안전하게 무승부로 가자는 움직임이 보여 왔다.  무승부를 패로 보는 종전의 규칙이 생긴 이유 역시, 한국 같이 선수층이 얇은 리그에서 투수력을 아끼려고 대충 눈치싸움 하는 경우도 생겨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도 완벽하지만은 않다.

12회 말이 되어도 점수가 나지 않으면 '패'라는 인식은 스포츠를 미리 예상 짓고 간다는 측면에서 이것 또한 스포츠의 본래 속성과 모순된다. 그리고 이 역시 실제로 진 적은 없는데 패를 먹으면 다른 6개 구단이 반사 이익을 보게 되기 때문에 4강 싸움이 한창일 때 이 조항은 참으로 볼멘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렇다면, 시범경기나 고교야구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승부치기는 어떨까? 승부치기는 단기전이나 프로가 아닌 리그에서는 합리적인 시스템 같아 보인다.

하지만, 야구는 본래 기록의 스포츠인 것을 감안했을 때 승부치기를 하게 되면 투, 타 할 것 없이 부담감도 엄청날 것이고 기록상에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등판하는 투수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승부치기의 결과는 기록 합산에서 뺀다는 것도 엉뚱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개인기록이 모두 인정받지 못하는 연장은 의미가 없다.

이것뿐만 아니라 더 실질적인 부분으로 들어가 보면 경기 승, 패는 결론지어졌는데 '승리투수'나 '패전투수'를 정하기 상당히 애매하게 된다. 아예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 떠나서 기록의 스포츠 야구에서는 납득이 안가는 부분임은 확실하다.

팬의 입장에서, 그리고 가장 '스포츠'다운 결과는 사실 끝장 승부일 것이다. 1군 엔트리를 확대하고 끝장 승부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는 보인다. 물론 이것을 야구계도 알고는 있으나 한국 야구에 적용하기란 여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 대안들을 끊임없이 강구한 것이다. 한국 야구가 좀 더 발전한 시점에서는 끝장승부만이 승과 패의 기점을 명확히 해 무승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에 있는 맹점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잠실구장 ⓒ 두산베어스 제공]



박소윤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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