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새 시즌 NC 다이노스는 선수 유니폼을 구매하는 팬들에게 특별 선물을 함께 보낸다. 선수들의 손편지가 새겨진 사진을 동봉해 유니폼을 구매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한 선수의 구성품만은 달랐다. 손편지 사진 외에 진짜 손편지 하나가 더 들어 있었고, 선수가 직접 쓰던 장갑까지 동봉돼 팬을 놀라게 했던 것. 해당 사실은 이 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한 팬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야기하면서 알려졌다.
주인공은 바로 포수 박대온이었다. 박대온은 자신의 올 시즌 첫 유니폼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자, 구단 직원에게 부탁해 손편지와 장갑을 넣어 감사 인사를 건넨 것. 박대온은 “저를 응원해주신 게 감사해서 뭐라도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유니폼 구매해주셔서 감사하고 코로나19 조심하시라는 편지를 썼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내면서 간절함을 느꼈던 그는 팬의 유니폼 구매가 정말 감사했다고.
군 전역 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누비게 된 박대온은 양의지, 김태군 등 쟁쟁한 포수진이 있는 안방 경쟁을 뚫고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양의지의 부상 여파가 있었지만 제 2,3의 포수의 신분에도 안방에 234⅔이닝 동안이나 앉아 있었다. 가장 많이 1군 경기에 출전했던 2017년(60경기) 209이닝보다 더 많이 받은 기회. 이동욱 감독의 “블로킹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라는 칭찬 속에 박대온은 잊지 못할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렇게 기회를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년 입단한 박대온은 김경문 감독 시절 포수 유망주라는 기대와 함께 종종 기용됐으나, 기대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하면서 조금씩 경쟁자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박대온 역시 20대 초반 잡은 기회에 자만했고 타성에 젖기도 했다고. 하지만 야구가 생각만큼 제대로 되지 않자 스트레스만 받았고, 그렇게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다가오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숨을 골랐다.
다행히 사회복무요원의 기간은 박대온에게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당장 먹을 한 끼를 고민하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스트레스가 야구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더 크다는 걸 체감했고, 경기장 인근의 구청에서 일하며 오고가는 야구팬들을 바라보며 야구선수로서의 절실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팀의 우승 순간을 TV로 지켜보면서 박대온은 “야구선수라는 행복한 스트레스를 즐기겠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비슷한 시기에 박대온은 개명도 했다. 이전 이름(박광열)의 한자가 등본에 잘못 표기된 것을 늦게 알게 된 박대온은 야구선수로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미까지 담아 개명을 결심했다. 개명을 위해 찾은 곳은 역시 야구선수들의 개명 명소가 된 ‘손아섭 작명소’. 신기하게도 박대온은 올 시즌부터 손아섭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지내게 됐다. 손아섭에게 개명 사실을 밝히자 “잘 될 거다”라며 응원도 받았다고.
개명과 군에서의 깨달음. 그렇게 팀으로 돌아온 박대온은 모든 것을 하나하나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용덕한 코치의 지도하에 동작 하나하나를 다 뜯어 고쳤고, 용 코치와의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멘탈을 잡고 자신감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박대온은 지난 시즌 많은 기회를 받으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대온에게 2022시즌은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자신의 앞에서 든든히 지켜줬던 김태군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면서 박대온이 주전 백업 포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올 가을엔 팀 포수 유망주 김형준이 제대한다. 그 전까지 박대온은 안방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자신의 성장과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박대온은 지난 시즌 되찾은 자신감으로 새 시즌을 헤쳐나가고자 한다. 박대온은 “(백업포수의) 부담감은 어렸을 때가 더 많았다. 이렇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그 기대에 보담을 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하필 제가 제일 못했을 때 입대하고 우승 순간도 TV로 지켜봤다. 올 시즌엔 우승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새 시즌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니폼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 선수도 아닌데 이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그런 팬분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야구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더 열심히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창원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